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부활 이소룡' 시리즈를 기억할 것이다. 이소룡의 실제 얼굴 사진에 손으로 몸통을 그려 넣어 만든 부활한 이소룡은, 진짜 이소룡 같은 무술 동작을 보여 주면서 험상궂게 생긴 적들을 마구 혼내줬다. 상당히 엽기적인 그림체로 네티즌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 플래시 애니의 제작자는 '청설모'라는 닉네임을 지닌 박상준(30)씨. 사회의 불합리한 부분을 통쾌하게 풍자했던 '허준 이야기'도 그의 대표작이다.가장 최근에 작업을 시작한 '척살매'라는 플래시 애니도 그의 개성이 잘 드러난 작품. 국회의사당 주변을 날아다니는 '철새'와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전쟁광인 '전쟁원숭이'를 총으로 쏴 버리는 내용으로, 좀 과격하지만 비유도 재미있고 스트레스도 해소된다. 이들 작품은 모두 작가의 홈페이지(www.sulmo.com)에서 볼 수 있다.
직설적이고 거친 표현의 플래시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왔던 그가 갑자기 전혀 다른 분위기의 만화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다음의 만화속세상(cartoon.media.daum.net)에 이달부터 연재 중인 '낭만돼지 데이지'가 그 작품. 데이지는 천진한 눈빛부터 청설모의 기존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다. 소극적이어서 자기 마음을 직설적으로 내보이지도 못한다.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그의 아버지가 받자 놀라서 말도 못할 정도로 소심하지만 화이트데이에 지하철에서 만난 걸인에게 사탕을 줄 정도로 마음씨 착한 면도 있다. 청설모의 팬이라면 갑자기 어울리지 않는 소시민적 만화에 당황할 법도 하다.
그러나 귀여운 낭만돼지에 네티즌들의 호응이 높아지고 있는 것을 보면 데이지는 데이지대로 이소룡이나 척살매와는 다른 매력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최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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