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는 메시지'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세계적 석학 마셜 맥루한의 이 말은 의사 소통 수단에 따라 의사 소통의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바꿔 말하면 신문, 인터넷, TV 등 미디어는 자기 나름의 역할을 지니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데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보 정책들은 미디어에 대한 몰이해와 전체주의적 통제라는 의심을 갖게 한다.정보통신부가 28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밝힌 '인터넷 게시판 실명제' 도입이 한 예다. 명예훼손 피해 등을 막기 위해 실명제를 올해 안에 공공기관 게시판부터 도입한 뒤, 민간 분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간 게시판 실명제는 성사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실명제는 정부 게시판에 대해서만 적용될 공산이 크다. 결국 정부에 대한 의사 표현 및 비판의 자유만 위축될 게 뻔하다. '대통령과 검사의 대화'에서 대통령을 몰아세웠던 검사에게 항의성 이메일을 보냈던 교사가 검찰로부터 조사를 받는 현실만 보더라도 실명제의 부작용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인터넷의 익명성 뒤에 숨은 역기능이 심각한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은 형법으로 대처할 문제이지, 표현의 자유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처리할 사안이 아니다. 인터넷 실명제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신(新) 보도지침'의 발상을 재확인하는 것 같아 더욱 씁쓸하다. 네티즌의 무책임한 비방과 명예훼손을 막겠다는 작은 명분에 집착해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라는 국민 기본권을 함부로 규제하려 들기 때문이다.
정부 게시판에 비판의 글을 올리지 못하게 하고, 정부에 대한 언론의 접근권을 제한하는 정책은 그 명분에도 불구하고 현대판 '분서(게시판 실명제) 갱유(신 보도지침)'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윤순환 경제부 기자goodm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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