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30일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 20만달러 수수설'을 김현섭(金賢燮) 전 청와대 비서관으로부터 전해 들었다는 민주당 설훈(薛勳) 의원의 법정 증언에 대해 국정조사와 특검제를 요구했다.이 같은 요구는 사건이 청와대 비서관의 주도로 진행될 성질이 아니며 따라서 '배후'를 밝히는 게 관건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은 당장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김 전비서관과 박지원(朴智元) 전 비서실장 간 연결고리 규명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설훈 의원에 대해서도 처벌과 정계은퇴를 요구했다.
한나라당은 김 전 비서관의 증언이 'DJ 청와대'가 대선에 개입한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호락호락하게 넘어갈 태세는 아니다. 박종희(朴鍾熙) 대변인이 "병풍에 이어 민주당 정권의 파렴치한 정치공작의 실체가 드러났다"고 규정한 것도 이 같은 기류를 반영한다. 결국 이번 사건은 대북송금 특검 문제에 이어 여야관계는 물론, 여권 내부의 신·구 갈등을 다시 한번 증폭하는 등 복잡한 정치적 파장을 부를 공산이 크다.
한나라당은 설훈 의원, 김현섭 전 비서관과 이들이 '20만달러 수수설'의 최초 제보자라고 밝힌 김희완(金熙完)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주장이 엇갈리는 것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설 의원과 김 전 비서관은 "김 전 부시장이 제보했고 기자회견까지 자청했다"고 말했으나, 김 전 부시장은 "그 쪽에서 기자회견을 요구했으나 내가 거절했다"고 부인했다. '공작의 몸통'을 감추려다 보니 말이 어긋나고 있다는 게 한나라당의 시각이다. 20만달러를 건네 받은 인물로 지목됐던 윤여준(尹汝雋) 의원은 "여당 실세의원이 청와대 비서관의 말을 듣고 정치생명이 걸린 일을 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영일(金榮馹) 사무총장도 이날 "정치공작의 당사자는 아니더라도 그 혜택을 노무현 대통령이 누리고 있다"면서 "정치공작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고 강조하며 여권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은 "사건의 본질은 한나라당-최규선-이회창 전 총재간의 부도덕한 3각 커넥션 의혹을 밝히는데 있다"며 "근거없는 정치공세를 중단하라"고 반박했다.
/김기철기자 kim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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