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던 이라크 난민이 30일까지 단 한 명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이라크 난민을 수용하기 위해 요르단 국경 르와시드 인근에 수백 개의 텐트촌을 개설한 유엔 관계자들은 이 때문에 원인 분석에 골몰하고 있다.
난민이 발생하기는커녕 오히려 요르단 내 이라크인 6,000여 명이 본국으로 되돌아가는 역류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 관계자들은 대개 세 가지로 추측하고 있다. 우선 이라크군이 미군의 지상군 진격을 억지하기 위해 만든 지뢰밭 등이 난민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아직은 탈출 러시를 이룰 만큼 이라크 내 사정이 심각하지 않다는 점과 난민에 대한 이라크 당국의 원천 봉쇄 가능성 등을 들고 있다.
일부에서는 바그다드에서 르와시드까지 교통비가 무려 2,000 달러나 되는 점을 이유로 제시한다. 국경을 오가는 트럭 운전사들은 바그다드 인근 곳곳에 검문소가 설치돼 주민들의 통행이 제한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수년동안 시행됐던 이라크 정부의 출국허가증도 개전 이후 발행이 중지됐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유엔은 "아직은 이라크 상황이 극도로 심각하지 않다"는 쪽에 무게를 더 두고 있다. 전쟁으로 식량지원이 끊겨도 이미 국제사회가 지원한 구호물자 비축분이 수개 월치에 달하는 등 여건은 괜찮은 편이라는 것이다.
암만 주재 세계식량계획(WFP) 칼레드 만수르 대변인은 "유엔의 석유―식량 교환 프로그램으로 이라크 정부 창고에는 3,000여 톤의 식량이 비축돼 있다" 며 "이는 4월말까지는 버틸 수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그러나 1991년 걸프전 때도 개전 2주 후까지 난민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던 전례를 들어 아직은 낙관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황유석 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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