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 파병 동의안 처리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틀을 허무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당은 찬성, 야당은 반대'라는 도식적 대립 구도가 깨지고 의원의 정치적 성향과 출신 지역 등에 따라 찬반이 갈리고 있는 것이다. 당론이라는 이름으로 의원들의 표결에 대해 사실상의 통제력을 행사했던 당지도부가 여야 모두 힘을 잃은 것도 큰 원인이다. 그러나 획일적 당론보다는 의원 개인의 소신과 이해를 중시하는 정치풍토가 서서히 무르익고 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우선 70여명으로 추산되는 파병 반대 의원 사이에는 소속 정당에 관계없이 뚜렷한 경향이 읽혀진다. 성향은 개혁, 세대는 '3김' 이후, 지역은 수도권 출신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민주당 김근태 이해찬 천정배 신기남 김영환 신계륜 심재권 이재정 이호웅 정범구 이종걸 조배숙 송영길 김성호 임종석 의원과 한나라당 이부영 이우재 이재오 서상섭 김부겸 안영근 이성헌 김영춘 의원, 개혁당의 김원웅 의원 등이 그들이다. 공병대 파견을 제외하는 수정 동의안을 주장, 사실상 동의안에 반대한 민주당 김경재, 한나라당 남경필 신현태 오세훈 의원도 이 범주에 해당한다.
민주당의 반대파는 대개 노무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신주류 의원들이다. 노 대통령이 이들에 대한 적극적 설득에 나서지 않는 이유가, 노 대통령 자신이 이들과 같은 정치적 정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분석의 틀 밖에 있는 이들도 있다. 민주당의 상당수 동교동계 의원과 한나라당 몇몇 중진 및 소장파 의원이다. 민주당 김충조 최재승 김태홍 정동채 설훈 배기운 의원 등 호남의 동교동계가 파병에 반대하는 것은 평소 성향으로 보아 의외라는 지적이다. 노 대통령이 대북 송금의혹 사건에 대한 특검제를 수용한 것에 대한 불만의 표시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한나라당에서는 3선 이상 중진과 대구 출신으로는 유일하게 박명환, 박승국 의원이 각각 반대 입장을 보였다.
찬성파에는 여야 지도부와 보수 중진, 영남 출신 의원들이 대부분이지만 역시 예외는 있다. 노 대통령이 '차세대 주자'로까지 거명한 민주당의 신주류 핵심 정동영 추미애 의원과 한나라당 '미래연대'의 심재철 의원이 찬성한 것은 개혁파의 일탈 케이스에 속한다. 정·심 의원은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한미간 합의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현실론을 폈고, 추 의원은 "대통령 특사로 미국에 다녀온 사람이 반대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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