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는 갈수기와 홍수기의 강우량 편차가 극심하다. 갈수기에는 농민들이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지는 땅을 쳐다보며 하늘을 원망하다가 홍수기에는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이 쏟아지는 폭우에 전국이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 이 같은 홍수기와 갈수기의 반복은 통과의례처럼 예외가 없다.통과의례를 거치지 않을 방법은 없을까. 댐 건설을 늘리거나 물 수요를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안은? 쉽게 말해 물그릇 깊이를 키우면 된다.
우리나라가 물 관리 기본원칙을 유역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은 늦었지만 타당한 것이다. 모든 유역의 중심적 존재는 바로 숲이다. 물그릇의 깊이를 깊게 하는 길은 유역의 중심인 숲이 빗물을 잘 흡수하여 땅속 깊숙이 오랫동안 저장하도록 그 기능을 높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물 자원의 근원인 숲과 유역환경은 어떠한 상태인가. 녹화는 국제적으로 칭찬 받을 정도로 아주 잘했으나 손질 미흡으로 손도 못 대고 공중으로 날려보내는 빗물의 손실량이 너무 많다. 연간 내리는 강수량의 무려 60%나 된다.
게다가 빗물 저장고인 산림토양은 부직포를 깔아 놓은 듯 빗물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침엽수인공림을 중심으로 심하게 발생하며 토양까지 단단해져 물그릇의 깊이는 그야말로 거의 바닥이다.
이러한 상태를 방치하여 물 그릇 깊이가 얕아지는 상태가 계속되면 물 부족은 물론 호우에 의한 홍수, 산사태에도 취약할 수밖에 없다. 유한한 자원인 빗물. 우리는 물 자원확보에서 절대량을 강수에 의존한다. 따라서 빗물을 잘 담는 국토를 만드는 것도 물 절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수요관리와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
사람이 만든 숲은 사람들의 정성스런 손길을 통해서만 그 기능이 유지되고 보전된다. 사람이 만든 숲은 15세가 넘으면서 생물 다양성이 사라지면서 숲속이 황폐화하며 토양과 물이 망가지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국토가 재해에 완전히 노출되어있는 허약한 상태가 된다.
200만㏊가 넘는 침엽수인공림이 우리들의 정성스런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나무심기에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심는 데는 열심이지만 심고 나서는 잊어버린다. 올해는 자기가 심은 나무에 이름표를 걸어놓고 가끔 찾아보고 돌보는 재미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정 용 호 임업연구원 산림수자원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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