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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옥희·최은정·고유선씨 쪽집게 분석 정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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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옥희·최은정·고유선씨 쪽집게 분석 정평

입력
2003.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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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광고를 보면 주가가 보입니다."키움닷컴증권 리서치센터에서 통신, 디스플레이업종 분석을 담당하는 전옥희(32) 애널리스트는 올해 6년차의 중견 연구원이다. 그는 TV를 켜면 휴대폰 광고를 열심히 본다. 일부러 채널을 돌려가며 어떤 업체의 어떤 제품 광고가 어느 시간대에 방송되는지, 광고 내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등을 유심히 살핀다.

그에게는 광고 내용 하나하나가 미래의 주가를 알려주는 신호역할을 한다. 이렇게 살펴본 광고 내용이 기업 분석의 바탕이 되고 분석 보고서에 녹아 들어 주식 투자자들에게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에서 음식료업종 분석을 맡은 최은정(31) 애널리스트는 1996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통상부 북미과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다 지난해 7월 애널리스트로 변신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외교관 생활을 그만두고 증권사로 옮긴 이유는 답답한 공무원 생활에서 벗어나 자기 책임 아래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였다.

그는 틈틈이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을 찾는다. 쇼핑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쇼핑을 나온 사람들을 구경하기 위해서이다. 그의 눈길은 물건을 고르는 사람들의 손끝과 진열대 앞에 멎는 발걸음을 열심히 쫓는다. 잘 팔리는 인기 상품과 눈에 띄게 진열된 상품이 곧 해당 업체의 주가를 말해주기 때문이다.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의 고유선(32) 이코노미스트는 경제분석을 전문으로 하는 이코노미스트로는 국내에서 유일한 여성이다. 대우경제연구소 시절까지 포함해 올해 9년째 연구원 생활을 하고 있는 고참인 그도 백화점에 들르면 할인매장에서 가격표를 꼼꼼히 살핀다. 어떤 종류의 상품 가격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살펴보고 매장 직원들에게 판매동향을 물어본다. 그에게는 쇼핑이 곧 경기전망의 가늠자 역할을 한다.

이들의 별난 행동은 각 증권사의 여성 연구원(애널리스트, 이코노미스트의 통칭)들이 돋보일 수 있는 저력이 된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생활 속에서 여성 특유의 꼼꼼함과 세심함으로 분석의 단초를 찾아내기 때문에 이들이 쏟아내는 분석 보고서는 치밀하고 설득력이 높기로 유명하다.

덕분에 객장에 배포되거나 증권사별 홈페이지를 통해 게재된 분석보고서를 보고 각 언론사의 증권담당 기자들이나 투자자들로부터 문의 및 격려 전화가 곧잘 걸려온다. 이럴 때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들은 보람을 느낀다. 특히 업무가 고되기 때문에 느끼는 보람 또한 더욱 크다.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들의 하루는 새벽에 시작된다. 장이 열리기 전에 투자자들에게 지침이 될 분석 보고서를 내야 하기 때문에 새벽 6시에 출근한다. 전날 챙겨둔 자료를 살피고 그날의 장세를 예측하기 위한 회의를 하다 보면 오전이 훌쩍 지나간다.

오후에는 담당업체를 탐방하느라 바쁘다.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울 때 업체를 탐방해봐야 신통한 소식이 있느냐는 물음에 최 연구원은 "어려울 때일수록 업체를 열심히 찾아 다녀야 미리 위험 징후를 발견하고 투자자들에게 알려줄 수 있다"고 답했다.

업체 탐방이 끝나면 저녁에는 숙제처럼 주어진 분석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렇게 하루 업무가 끝나는 시각은 대략 밤 10시께. 16시간의 중노동이다. 그래서 그들은 증권사 리서치센터 연구원을 주저없이 '3D업종'으로 꼽는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 연구원은 "일이 힘든 만큼 재미를 찾을 수 없으면 못하는 직업"이라며 "자기가 맡은 분야에 대해서는 간섭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롭다"고 말했다. 또 정체돼 있지 않고 매일 변화하는 증시를 지켜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고 연구원은 "변화하는 증시만큼 액티브한 삶을 살지만 대신 매일 업무결과에 대해 두려움과 회의가 드는 것도 사실"이라며 "따라서 자기 계발과 소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업무량이 많은 만큼 여가 시간을 제대로 가질 수 없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특히 주부인 최 연구원과 고 연구원의 경우 식구들에게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늘 미안함을 갖고 있다. 전 연구원도 시간에 쫓기다보니 주변 사람들을 제대로 챙기지 못해 친구들로부터 곧잘 원망을 듣는다.

그래도 이들은 각각 펀드매니저, 리서치센터장 등 그 분야의 최고가 될 때까지 일을 놓지 않을 생각이다. 그 어떤 직업보다도 자신들의 존재를 빛낼 수 있기 때문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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