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 후 이라크군의 첫 자살공격이 감행되면서 미영 연합군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교전 중 사상에 비하면 인명 피해는 미미하지만 군 사기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29일 오전 이라크 중부 나자프의 미군 검문소에서 한 택시운전사가 도움을 요청하듯 손을 흔들었고 미군 병사들이 접근하는 순간 택시가 폭발했다. 운전사와 미군 4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택시운전사는 알리 자파 알 노아마니라는 이라크군 장교였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즉시 그에게 훈장 2개와 함께 대령 특진을 추서하고 가족에게도 3만4,000달러를 전달했다.
타하 야신 라마단 부통령은 "그는 여러 자녀를 둔 가장으로 상부의 명령을 받고 한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나섰다"며 '순교'를 찬양했다. 그는 "우리는 적의 공격에 맞서 어떤 수단이라도 사용할 권리가 있다"며 "자살공격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며 곧 더 기쁜 소식을 듣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라크 국영 방송은 자살공격을 위해 아랍국 출신 자원자 4,000여 명이 이미 입국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이어 30일 쿠웨이트 북부 우다이리 미군 기지에 민간인이 트럭을 타고 돌진, 미군 등 15명이 부상을 입었다. 부대측은 "불만을 품은 군 부대 근로자가 범행을 저질렀을 뿐 테러는 아니다"며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라크는 이미 여러 차례 연합군에 대항하기 위해 자살공격과 같은 극단적인 전술을 펼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나지 사브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개전 직전 TV 회견에서 "지난 몇 달간 수만 명이 미군에 맞서 순교하겠다고 자원해왔다"고 밝혔다. 지난 주에도 이라크군은 남부에서 연합군에 대한 자살 탱크 공격이 있을 것임을 시사했고, 바스라항에서는 폭탄을 실은 이라크군 고속정이 발견돼 영국군을 긴장시켰다.
연합군측은 자살공격 때문에 작전수행에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주요 지점에 대한 검문을 강화하는 등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1983년 레바논에 평화유지군으로 파견된 미군 해병대원 241명이 폭탄트럭의 자살공격에 희생됐으며 96년 사우디 아라비아의 미군기지에서도 같은 수법에 의해 미군 19명이 사망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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