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제주 4·3사건 진상규명위원회'는 29일 사건 발생 후 55년만에 정부 차원의 첫 진상보고서를 채택했다. 위원회는 희생자 유가족의 신원(伸寃)을 위해 정부가 과오를 인정하는 사과를 하도록 노무현 대통령에게 건의했다.이날 공개된 보고서 요약본은, 사건이 남로당의 무장봉기와 군경 과잉진압이라는 복합적 원인이 작용해 일어난 것으로 규정했다.
보고서는 "남로당 제주도당이 1947년 3·1절 발포사건을 5·10 단독선거 반대에 접목, 경찰지서 등을 습격한 것이 시작으로 경찰가족 등 살해는 분명한 과오"라며 "48년 지도부가 인민민주주의 정권 수립을 지지한 것이 유혈 사태를 가속화했다"고 설명했다. 군·경 진압작전에 대해서는 "(국방경비대) 9연대 등이 마을을 초토화한 강경 진압작전을 펴 중산간 마을의 95%가 불타 없어지고 많은 인명이 희생되는 비극적 사태를 초래했다"는 등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희생자 규모도 위원회에 신고된 1만4,028명의 2배인 최대 3만명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4·3특별법이 규정한 시한에 쫓겨 뚜렷한 결론을 미룬 채 내부 갈등을 미봉한 것으로 평가된다. 위원회는 군경측 위원의 지적에 따라 '군의 대량학살' 등 표현을 '강경대응' 등으로 고치는 등 보고서 초안을 30여 군데 수정했지만 진통이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6개월 간 보고서를 재수정할 수 있는 여지까지 남겨 후유증도 예상된다. 위원회는 이날 보고서 전문(577장)은 수정작업을 이유로 한달여 뒤로 공개를 미루고 요약본만 발표했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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