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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前종정 서암스님 입적…내달 2일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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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前종정 서암스님 입적…내달 2일 영결식

입력
2003.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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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8대 종정을 지낸 서암(西庵) 스님이 29일 오전 7시50분 경북 문경 봉암사 염화실에서 입적했다. 세수 86세. 법랍 68년. 스님은 종단 내 대표적 선승으로 한 평생 오로지 참선에만 몰두했다. 탁월한 수행력으로 문중 배경 없이 수행승의 지지를 받아 1993년 8대 종정에 추대됐다. 그러나 이듬해 조계종 분규 당시 서의현 총무원장을 지지했다가 탄핵된 뒤 참회의 뜻으로 탈종(脫宗)을 선언, 태백산 자락에 '무위정사'라는 토굴을 짓고 7년 여 은둔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수행승들의 간청으로 2001년 봉암사 조실로 돌아가 만년을 보냈다. 스님은 일반 재가신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생활법문'으로도 유명했다.1917년 경북 안동에서 5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난 스님은 16세에 예천 서악사에서 화산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우연히 산에 올라갔다가 스님이 되고 싶어서 3년 동안 절에서 머슴살이를 하는 조건으로 출가를 허락 받아 불가와 인연을 맺었다.

21세에 문경 김룡사에서 금오선사를 계사로 비구계를 수지, '서암'이란 법호를 받았다.

학문에 대한 열정이 유난해 일본에 유학, 신문배달과 짐꾼 등을 하며 고학했다. 그러나 폐결핵에 걸려 귀국한 후 전국 선원을 돌며 '생사의 근본도리!'를 화두로 참선에만 몰두, 대표 수좌로 이름을 날렸다. 20대 후반 문경 대승사 바위굴에서 성철, 청담 스님 등과 함께 수행했으며 1948년에 지리산 칠불암에서 금오 선사 앞에 '공부하다 죽어도 좋다'는 서약서를 쓰고 결사 정진하는 등의 수행 일화를 남겼다. 30세에 계룡사 나한굴에서 '나고 죽는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오도송(悟道頌)을 읊었다고 전해진다. 광복 후 예천에서 징병· 징용에서 돌아온 청년들에게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는 불교청년운동을 펴기도 했다.

스님은 전국 선원에서 수행에 전념했으며, 1979년 이후 봉암사 조실로 있으면서 한국 불교 중흥의 계기 였던 '봉암사 결사'이후 퇴락한 봉암사의 가람을 중창하고 승풍을 바로잡아 조계종 종립 선원으로서 기틀을 다지기도 했다. 75년 에 10대 총무원장을 역임, 종단의 어려움을 수습했던 스님은 91년에 원로회의 의장을 맡아 성철 스님을 종정으로 재추대했으며 2년 뒤 전국 수좌들의 지지로 종정에 추대됐다.

수행의 경지를 겉으로 드러내는 일이 없었던 스님은 간소한 삶을 살았으며 사람을 차별하는 일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스님은 2001년 현대불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자랑할 만한 것, 일러줄 만한 그런 게 없어. 못난 중이거든. 물론 깜냥대로는 공부에 진취가 있고, 불교를 다 안 것 같았던 때가 있었지. 도봉산 망월사에서 한 생각 돌이켰지. 불교의 깊이를 좀 느꼈어. 그리고 저 계룡산의 나한 토굴이라는 바위굴에서 애를 좀 썼지. 하지만 돌이켜볼수록 남들한테 큰소리 칠 자신이 없어. 평생 절에서 살면서 늙어간 사람이 큰 절 작은 절 안 가본 데가 있겠어. 금강산의 마하연, 유점사, 장안사, 신계사는 물론이고 백두산 근처까지도 두루 돌았지. 참 오래 전의 일이야. 지금 그런 얘길 한다는 것도 우스워."

스님은 입적을 앞두고 제자들과 이런 문답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스님께서 입적하시고 나서 사람들이 스님의 열반송을 물으면 어떻게 할까요" "나는 그런 거 없다." "그래도 한평생 사시고 남기실 말씀이 없습니까." "할 말 없다." "그래도 누가 물으면 어떻게 답할까요" "달리 할 말이 없다. 정 누가 물으면 그 노장 그렇게 살다가 그렇게 갔다고 해라. 그게 내 열반송이다."

스님의 영결식은 4월2일 오전 11시 봉암사에서 봉행된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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