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 자명한 사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성석제의 길위의 이야기] 자명한 사실

입력
2003.03.31 00:00
0 0

"대비께서는 신실하고 뜻이 깊다 하나 깊은 구중궁궐의 한 과부에 불과하고, 전하는 아직 어리니 다만 돌아가신 임금님의 한 고아에 불과합니다. 백 가지 천 가지로 내리는 하늘의 재앙을 어떻게 감당하며 억만 갈래로 흩어진 민심을 어떻게 수습하시겠습니까."― 남명 조식(1501∼1572)의 '을묘사직소', 허권수 저 '절망의 시대 선비는 무엇을 하는가'에서.

1555년 조정에서는 산림의 처사이던 남명에게 6품인 단성 현감의 벼슬을 내린다. 그러자 남명은 사직 상소를 올리며 조정의 신하들을 준엄하게 비판하고 임금과 대비에 대해 직선적인 표현을 하여 큰 파문을 일으켰다. 대개 어린 임금은 아비 없는 고아이고 대비는 과부이기 마련이다. 문제는 여기서의 대비가 조선 역사상 최고의 '철혈 과부' 문정왕후이고 임금이 즉위 십 년째로 스무 살 된 '고아' 명종이라는 것이었다. 임금은 남명을 파면하면서 그 이유로 "내가 덕이 없는 임금인 줄 스스로 모르고서, 위대하고 어진 분에게 조막만한 고을을 다스리라고 했으니 그를 욕되게 한 것"이라고 비꼬았지만, 남명은 이미 자명한 사실을 밝힌 것만으로도 천하에 이름을 떨쳤다.

/소설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