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핵 위기로 한국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 있다." "이라크 전쟁에도 불구하고 미국 기업 신용등급에 영향 없다."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 가운데 하나인 미국 무디스가 두 가지 지정학적 리스크를 놓고 내린 상반된 전망이다. 한국 국방부 최고위 인사가 군복까지 차려 입고 방미, 1급 군사기밀을 털어 놔야 할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신용평가기관들이 최근 '석연치 않은' 평가 를 내려 세계적으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기업·국가의 신용을 평가하는 자본시장의 '파수꾼'들이 자국 이익과 입맛에 따라 등급을 주무르는 '무한권력'으로 바뀌면서 신뢰성과 순수성을 의심 받고 있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7일 "무디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 P), 피치 등 3대 국제신용평가사들이 평가 대상자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이해상충' 소지가 있는데다 기업 뿐 아니라 국가 신용도까지 평가하는 만큼 공정한 경쟁여부와 객관성, 전문성 등을 면밀히 감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라크 전을 둘러싸고 미국과 이견을 보인 프랑스와 독일 정부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최근 미국계 신용평가기관들이 자국 기업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하향 조정하자 '편파적 조치'라고 반발하며 이들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입법화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일본을 중심으로 한국·중국 아세안이 동참하는 아시아권의 이익을 대변할 국제신용평가기관을 공동 설립하는 문제가 본격 논의되고 있다.
3대 신용평가기관에 대한 각국의 '불만'은 이들의 독과점적 지위에서 출발한다. 1975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투자적격' 채권과 주식을 평가할 수 있는 기관으로 무디스·S&P·피치 등 3개사를 지정했다. 이후 국제 금융시장에서 SEC에 유가증권 발행을 신고하려면 반드시 3개사의 신용평가를 받아야 했다. 세계 100개국 이상의 국가와 금융기관 및 기업이 이들의 평가 대상이다. 3대 평가기관 가운데 신용등급 판정이 가장 보수적인 무디스는 세계 16개국에 지사를, 한국 등 6개 국에서 합작사를 운영하고 있고 약 800명의 애널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신용평가의 지분을 인수해 대주주가 됐고 국내기업에 대한 활발한 신용평가를 하고 있다. 영국과 미국에 각각 본사를 두고 있는 피치도 2000년 초 한국기업평가 지분 7.42%를 확보해 국내에 발을 디뎠다. S&P는 2000년 한국사무소를 설립했지만 신용평가가 아닌 홍보·마케팅 업무에 머물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이들에게서 특별히 부당대우를 받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국제신용평가기관이 동원됐다는 '음모론'도 제기되지만, 근거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dream@hk.co.kr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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