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쎈돌' 이세돌(李世乭·사진) 3단의 시대가 오는가.이 3단이 27일 제7회 LG배 세계기왕전에서 세계1인자 이창호(李昌鎬) 9단을 꺾고 우승함으로써 조훈현 9단, 유창혁 9단, 서봉수 9단 등 그 누구도 넘지 못한 이창호라는 태산을 넘었기 때문이다.
이 3단이 '포스트 이창호 시대'의 황태자로 떠오른 것은 비단 LG배 우승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화려한 부상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이 3단은 국제바둑계에서 무명에 가까웠던 지난 해 일본에서 열린 후지쯔배에서 쟁쟁한 세계 강자들을 잇따라 물리치고 세계 정상을 밟았다.
국내 기전에서도 눈부신 성과를 거두었다. LG정유배, KTF배, LG카드배, SK정유배 등 4개의 국내 기전을 파죽지세로 석권했으며, 이창호 9단과의 대국에서도 7승5패하면서 실질적인 1위의 위치를 점하기 시작했다. 특히 올들어 이 3단이 이 9단에게 4승1패의 전적을 거두면서 확실한 우위를 차지했다.
이 3단의 욱일승천의 기세에 움추려든 세계 1인자 이 9단은 이제 4개의 국제기전(도요타덴소배, 춘란배, 응씨배, TV아시아선수권)과 6개의 국내기전(명인, 왕위, 기성, 패왕, 국수, KBS바둑왕) 등 10개의 왕좌만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바둑계 관계자들은 자연스럽게 "세계 바둑계의 '이창호 독주시대'는 가고 '이-이 양강체제'로 바뀌고 있으며 이세돌 독주시대도 기대해볼 만하다"고까지 말한다. 관계자들은 "과거 서봉수 9단이 명인 타이틀을 차지하면서 조훈현 9단과 '조-서 시대'를 열었듯이 '이-이 시대'를 맞은 것은 분명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 3단은 LG배 승리 후 "LG배를 우승했지만 여전히 가장 부담스러운 기사는 이창호 9단"이라며 자신을 다잡고 있다. 바둑계에서는 이창호 태산을 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 무섭게 치고 오르는 10대의 송태곤 4단, 박영훈 4단, 최철한 5단 등 '앙팡 테리블(무서운 아이들)'이 오히려 이 3단에게 복병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LG배 승리로 천하를 양분한 이 3단은 다음 달 5일부터 박영훈 4단과 유창혁 9단과의 승자와 KT배 마스터스 프로기전에서 우승을 놓고 겨룬다. 요즘 같은 페이스라면 이 3단이 '무난히'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중평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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