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서라도 가겠습니다."28일 전북 부안군 하서면 새만금 해창 갯벌. 불교, 개신교, 천주교, 원불교에서 나온 신도들은 열심히 기도하고 또 절했다. "저러다 쓰러지면 어떡하냐"는 탄식이 나왔다.
새만금 갯벌에서 청와대까지 305㎞. 새만금 공사에 반대해온 문규현신부와 불교환경연대대표 수경스님이 세 번 걷고 한 번 절하는 삼보일배(三步一拜·사진)로 먼 길을 나섰다. 생명 파괴에 대한 속죄의 순례길이었다. 하루 10시간씩 두 달 이상 절을 하며 가겠다고…. 주위 사람들이 말렸다.
환경운동연합 장지영 부장은 "힘들다고 했지만, '이거라도 하지 않으면 새만금이 죽는다'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계종 총무원의 원택스님은 "마음이 아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출발 현장에는 틱낫한 스님도 참관했다. 틱낫한 스님은 "두 사람에게 생명의 귀함을 생각하는 마음이 자신과 다르지 않다"며 무사히 수행을 마칠 것을 당부했다. 수행길 스님과 신부님은 인터뷰를 사양하고 대신 편지를 남겼다. "이 길고 긴 여정이 저도 두렵지만, 이 길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길입니다. 개발이란 이름아래 파괴되는 자연, 전쟁 속에 고통 받는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합니다."
/부안=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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