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릴린 옐롬 지음·이호영 옮김 시공사 발행·2만2,000원
"아내를 얻는 것은 행복을 얻는 길, 야훼께서 주시는 선물이다." 잠언에 쓰여있는 이 구절은 구약시대 유대인 남성들의 아내상을 보여준다. 그러나 당시의 아내들은 일생에 걸쳐 남편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열등한 존재로 여겨졌다. 예수가 살았던 시대에도 여성들은 집 안에 갇혀 지내야 했고 예배당에 갈 때 외에는 거의 외출조차 하지 못하는 처지였다.
'아내'는 성서시대와 그리스, 로마시대에 뿌리를 두고 있는 서구 사회의 아내 상이 현대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를 정리했다. 원제는 'History of wife'. 저자 매릴린 옐롬은 미국 스탠포드 대학 교수인 원로 여성학자이다. 고대 사회에서 여성은 결혼하기 전까지는 아버지의 소유물이었고 결혼 후에는 '남편의 재산'이었다. 가장 중요한 의무는 자손을 낳는 것으로 중세에는 '출산의 그릇'으로 여겨졌고, 19세기까지만 해도 남편이 엄지손가락 크기의 회초리로 합법적으로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종속물이었다. 16세기 영국에서 남녀간의 사랑이 결혼의 중요 요소로 등장하면서 개선되기 시작한 아내의 지위는 남녀 평등에 기초한 법과 교육 제도의 발전, 2차 대전 당시 여성 노동의 증가 등에 힘입어 지금은 남편과 동반자의 위치로 올라섰다.
이 책은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아내가 맡은 출산, 가족 부양, 육아, 살림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기쁠 때나 슬플 때나…"라는 결혼 서약이 1552년 영국국교회에서 만들어진 기도서에서 비롯됐다는 등 흥미로운 얘기도 담고 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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