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강행과 대북 강경론을 주도해온 리처드 펄(사진) 미 국방정책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사임했다. 그가 미국의 국방정책, 나아가 미국의 대외정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방정책위원장을 갑자기 사임한 것은 직무와 관련한 추문 때문이다.펄 위원장은 파산절차를 밟고 있는 미국의 거대 통신회사 '글로벌 크로싱'으로부터 72만5,000달러를 받기로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최근 언론의 집중적인 포화를 받았다. 글로벌 크로싱은 중국계 투자자와 진행해온 매각 협상이 국가 정보의 중국 유출을 우려한 국방부의 반대로 어렵게 되자 펄 위원장을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펄 위원장은 "글로벌 크로싱에 국방부의 안보 우려사항을 조언하는 역할을 맡았을 뿐"이라며 "로비를 위한 명목으로 돈을 받기로 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언론들은 "국방정책위원장이 무보수직이긴 하지만 연방 공무원 윤리 규정의 적용을 받는 특수신분"이라며 그의 직무상 순수성을 물고 늘어졌다. 뉴욕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모린 다우드는 23일자 칼럼에서 "선제공격론에 채찍질을 해온 '어둠의 왕자'가 오점을 남겼다"꼬집었다. 펄 위원장은 폴 월포위츠 국방부 부장관, 빌 크리스톨 등과 함께 선제 공격론을 중심으로 한 '부시 독트린'의 골격을 짠 신보수주의자 3인방으로, 이라크 공격론을 주도한 강경파 실세이다.
/워싱턴=김승일특파원 ksi810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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