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 3년 전기물 출간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일반적 전기 외에 평전ㆍ자서전 등 여러 형태로 나와 더러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장 코르미에의‘체 게바라 평전’(실천문학사, 2000)이 대표적이다. 15만 부 가량 팔린이 책은 출판계에 때아닌 평전 바람을 일으켰다.책이 뜨면서 20대 젊은이들 사이에 체 게바라 T셔츠가 유행하는 등 체 게바라는 인기 품목으로 ‘소비’됐다. 잘 생긴 외모와 낭만적 혁명가의 풍모가 그의 상품성을 높였다. 체 게바라 자신은 별로 달가워 하지 않겠지만. 허경진의 ‘허균 평전’(돌베개, 2002), 유홍준의 ‘완당 평전’(학고재, 2002), 프랜시스 윈의 ‘마르크스 평전’(푸른숲, 2001) 등도 인문서로는 드물게 1만 부 이상 팔렸다.
이번 주 신간에는 전기물이 많다. ‘버트란드 러셀 자서전’(사회평론),윌리엄 듀이커의 ‘호치민 평전’(푸른숲), 다비드 르레의 ‘오페라의 여왕_마리아 칼라스’(이마고), 데이비드 스위트맨의 고흐 평전 ‘세상의 모든 것을 사랑한 화가’(한길아트), 페터 로데의 ‘키에르케고르, 코펜하겐의 고독한 영웅’(한길사), 식민지 조선을 사랑했던 일본 여성 아나키스트를 소개한 야마다 쇼지의 ‘가네코 후미코’(산처럼)가 한꺼번에 나왔다.
그런데, 목록에서 알 수 있듯 대부분 번역물이다. 외국에는 전기ㆍ평전이독립 장르로 자리잡아 전문 작가들이 활약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그런 문화가 없고 제대로 된 책도 찾기 어렵다.
기껏해야 어린이를 위한 위인전이나 대기업 총수 등 사회 저명인사의 ‘대필’ 자서전이 빈 자리를 메우고 있을 뿐이다. 어린이용 위인전은 일방적인 훈계를 하는 데 바쁘고, 유명 인사의 대필 자서전은 솔직하지 않거나칭찬 일색인 경우가 많다.
사실 사람 얘기만큼 재미난 게 또 있을까. 따라서 잘 쓰고 잘 만든 전기ㆍ평전은 잘 팔릴 수 있다고 본다. 최근에는 평전 전문 출판사도 등장했지만, 국내 필자 찾기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전기ㆍ평전 붐이 한때의 유행으로 그리치 말고 단단하게 뿌리내려, 언젠가 번역물이 아닌 우리 손으로 쓰고 정리한 뛰어난 저작이 쏟아지기를 기대한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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