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로가 된 미영 연합군과 이라크군 병사의 모습이 언론에 잇따라 등장하면서 전쟁포로(POW) 처우에 관한 제네바 협정 위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특히 비판의 화살은 자국군 포로의 얼굴과 인터뷰 장면 등을 방영했다며 이라크를 비난한 미국에 모아지고 있다.
이라크 TV는 최근 남부 나시리야에서 길을 잃고 이라크군에 붙잡힌 미 정비중대 병사 5명의 신문 장면, 생포 과정에서 숨진 동료 병사의 시신을 방영했다. 25일에는 포로가 된 연합군 헬기 조종사 2명의 모습을 내보냈고, 이 장면들은 모두 알 자지라를 통해 전세계에 방영됐다.
이에 앞서 미군은 투항하거나 생포한 이라크군 포로의 모습을 TV에 내보냈다.
22일 남부 바스라에서 이라크군 대거 투항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CNN 등 미국 방송은 이라크군 포로의 모습을 집중 방영했다. 이라크처럼 포로 신문 장면을 방송하지는 않았지만 두 손이 전기 테이프로 묶인 채 무릎 꿇고 있거나, 총부리 앞에서 연합군 병사가 입으로 흘려 넣어주는 물을 마시는 장면도 포함됐다.
미국에 비난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는 전쟁 포로가 폭력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하고 공개적인 조롱거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양측 모두 위반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미 정부만 이라크측에 제네바 협정을 위반했다며 강력히 경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포로 처우 방식에도 이미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알 카에다 연루 혐의로 체포돼 쿠바의 미 관타나모 기지로 이송 ·수감된 포로 처우 문제. 지난해 미 국방부가 공개한 42개국 660명에 이르는 포로들의 초기 수감 사진에는 손이 뒤로 묶이고, 눈, 귀, 입을 모두 막은 장면이 있어 논란이 됐다. 미국은 이들이 전쟁 포로가 아니라 '불법적 전투 요원'이어서 제네바 협약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강변하고 있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 미러는 "이라크와 미국의 제네바 협약 위반에는 차이가 없으며 미국에 적용되는 규칙과 다른 나라에 적용되는 규칙이 따로 있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쟁법학자인 로버트 골드만 아메리칸대 교수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정부는 많은 사람의 눈에 위선적으로 비치고 있다"며 "이 문제가 조만간 미국을 옥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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