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방화참사의 악몽이 가시기도 전에 천안의 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에서 불이 나 어린이 8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가 늘어날지도 모른다니 불과 10여분 동안에 어떻게 이처럼 큰 인명피해가 났을까 하는 의문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국가대표를 꿈꾸던 미래의 태극전사들은 채 피지도 못하고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단층 슬라브 건물인 합숙소는 지어진 지 10년이 됐으나 등기부등본에도 올라 있지 않은 불법 건축물이었고, 환기시설을 비롯한 안전시설도 없었다. 더욱이 그 동안 한번도 소방점검을 받지 않아 많은 문제가 있었는데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내장재는 불에 타기 쉽고 유독가스를 내뿜는 합판과 스티로폼으로 돼 있었고, 창문마저 신발장 냉장고로 차단돼 탈출하기도 어려웠으니 악조건을 다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그런 비좁고 열악한 시설에서 운동에 지친 학생들이 곤하게 잠자다 참변을 당한 것이다.
사고가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학생들에 대한 일상적 보호조치가 취해져야 할 학교 구내에서 화재가 났기 때문이다. 학교측은 성적을 올리기 위해 거의 1년 내내 합숙을 시키면서도 안전과 사고 예방에 무신경했다. 실질적으로 학생 보호에 책임이 있는 코치는 외부에서 술을 마시다 연락을 받고 돌아왔다니 기가 막힌다.
이번 사고는 학교 체육활동의 문제점도 보여주었다. 대부분의 학교가 예산이 없어 허술한 시설에 합숙을 시키고 있으며, 학부모들의 성금에만 의존하는 상황에서는 안전조치가 취해질 리 없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돈을 갹출해 자체 관리를 했기 때문에 학교측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무책임한 변명이 나오는 것이다. 학교체육에 대한 개선책을 마련하고, 기숙사와 합숙소 등 각급 학교내의 시설에 대한 총점검을 실시해 더 이상의 참사가 없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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