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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좌담―전황 중간점검·파급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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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좌담―전황 중간점검·파급효과

입력
2003.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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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이 개전 일주일이 지나면서 이라크의 예상 밖의 저항과 기상 악화 등으로 당초 예상했던 속전속결 시나리오보다 장기전화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전쟁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전후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궁금증도 더해가고 있다. 한국일보는 27일 국제정치 및 군사전략 전문가들의 좌담을 통해 전쟁의 향방과 전후 국제질서 흐름 등을 점검해 보았다. /편집자주

▶김 현 기 (金顯基)

경기대 통일안보대학원 교수

해사 23기

영국 애버딘대학원 국제정치학 박사

현 조화전략연구원 원장

▶고 성 윤 (高盛允)

한국국방연구원 군사전략실장

육사 31기

미 노스텍사스주립대 국제정치학 박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역임

▶홍 현 익 (洪鉉翼)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

서울대 외교학과

프랑스 파리1대학 국제정치학 박사

서울대 국제지역원 특별연구원 역임

―이라크전이 개전 일주일을 넘겼습니다. 예상과 달리 미국의 속전속결 전략이 상당한 차질을 빚고 있다는 분석이 있는데요.

김 교수= 미국 등 연합군의 초반 예측이 빗나가고 있습니다. 전쟁초기 정밀폭격 목표가 사담 후세인 대통령 제거였지만 아직 성과를 보지 못했고 '충격과 공포'라는 대규모 폭격도 항전 의지를 꺾지 못했습니다. 현재 정규군은 물론 비정규군도 사기가 높고 기대했던 반 후세인 움직임도 미미한 수준입니다. 정당성 확보의 관건인 대량살상무기도 아직 찾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 실장= 아직 전쟁의 초기 단계입니다. 지금까지의 전황만 가지고 미군의 계획이 커다란 차질을 빚고 있다고 말하기엔 이릅니다. 미군은 우세한 공중 화력을 이용해 전략적 타깃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현재 상당부분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여기에 개전 일주일도 안돼 바그다드 외곽 100㎞ 인근까지 진격한 사실은 대단한 전과입니다. 미국은 이라크군의 방어 강도가 상당히 강하다는 것을 감안, 우회 전략을 택한 것 같습니다. 다만 비정규군의 저항을 과소평가해 길게 늘어진 병참선 보호를 제대로 못하는 등 일부 허점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홍 실장= 미군의 초반 작전 차질은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초강대국이란 자신의 위상을 과신한 결과입니다. 이라크는 이미 10년 이상 미국을 주적으로 설정하고 대비해 왔는데 미국이 너무 안이하게 대처했습니다.

김 교수= 군사적 측면에서도 민간인 살상 최소화라는 목표 때문에 시가전이나 폭격에 제약이 많습니다. 국제여론을 신경 쓰다 보니 초기 대규모 병력 동원도 어려웠습니다. 현재 연합군 병력은 이라크의 11개 사단 50만 대군을 제압하기에는 절대 부족합니다.

고 실장= 걸프전 때 동원됐던 78만 병력은 괜히 나온 숫자가 아닙니다. 1979년 국방장관 시절 아프간전 승전 경험을 가진 도널드 럼스펠드 국방장관은 애초 병력 10만이면 충분하다는 얘기까지 했습니다. 군부가 제동을 걸어 지금의 수준이 됐지만 최소한 2개 사단은 더 있어야 바그다드 제압이 가능하리라 봅니다.

―이라크군이 예상 밖의 강력한 저항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배경과 앞으로의 전망은.

고 실장= 이번 전쟁은 심리전 성격이 대단히 큽니다. 명분 없는 전쟁이란 비판이나 국제적인 반전여론이 이라크 국민의 결속·저항 의지를 단단하게 하고 있습니다. 사기 측면에서 아랍권 전반의 대미 항전 의식 위에 91년 걸프전 패전이 오히려 복수심을 강화했습니다. 전력이 절대 열세인 이라크가 미군의 아파치 헬기를 떨어뜨렸다는 보도 등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성공한 이라크측의 심리전술도 주효했습니다.

김 교수= 전쟁 시기도 이라크에 유리했습니다. 기온이 40∼50도까지 올라가는 4월 중순까지만 버티면 미군도 어쩔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사기에 영향을 끼쳤으리라 봅니다.

―첨단 무기의 경연장이란 평가 속에서도 끊이지 않는 오인 사격으로 그 정확성에 의구심을 사고 있는데요.

고 실장= 우선 첨단 무기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정밀폭격으로 이라크의 방공망과 비행기는 거의 파괴됐습니다. 무인정찰기 등 무인장비로 전천후 작전을 수행하는 데다 작전망 통합으로 무기체계간 장벽이 없어졌습니다. 사실 오인 사고는 전쟁, 특히 공격부대의 경우엔 항상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현재 사고율이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고요. 굳이 원인을 따지자면 미영 연합군의 충분한 사전 연습이 부족했고 공격부대가 가진 극도의 긴장감에다 오랜 주둔으로 인한 정신적 피로 등이 작용했으리라 봅니다. 사막의 악천후도 그렇고요.

홍 실장= 무기 선전의 효과를 노린 미국이 성능을 과장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인명 피해를 줄여야 하는 미국으로서는 아무리 좋은 무기라도 인구밀집 지역 등에는 쓰기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김 교수= 무기체계는 매우 발달했으나 여전히 표적을 면밀히 선정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무기의 오류라기보다 인간의 오류라고 봐야 합니다.

―전쟁이 얼마나 계속되고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고 실장= 사실 미국이 전술적 핵무기 등 모든 역량을 투입해 전쟁을 벌이면 오래 끌 이유가 없습니다. 문제는 전사자가 늘고 민간인이 대거 피해를 당할 경우 여론에 몰려 마구 나갈 수 없다는 점입니다. 이를 고려할 때 미국은 당장 바그다드로 쳐들어가 시가전을 통해 개전 1개 월여 만에 후세인 대통령을 축출하는 방법과 수개월의 봉쇄작전을 통해 고사 시키는 방안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을 것입니다. 장기봉쇄의 경우 500만 명의 바그다드 시민을 굶겨 죽인다는 비판 등 인권문제가 두드러질 것입니다. 비록 스펀지에 물을 붓듯 병사를 소모해야 하겠지만 미국은 시가전에 의한 단기전을 선택할 것입니다.

김 교수= 저도 단기전이냐 장기전이냐는 미국이 선택하기 나름이라고 봅니다. 이라크가 12년 경제제재로 오래 버티기 힘들다는 사실, 장기전에 따르는 대량 파괴의 책임을 모두 떠안아야 할 미국의 부담 등을 고려할 때 미국은 전쟁을 빨리 끝내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홍 실장= 전사자가 늘어나면 반전여론이 높아지고 포로가 늘 경우 이라크가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여차하면 후세인 대통령이 화학무기를 사용할 수 있어요. 이런 점 때문에 미군이 바그다드로 들어가 시가전을 벌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미국은 바그다드를 포위하고 후세인 대통령의 퇴진을 유도할 것입니다. 이 경우 후세인 대통령은 일단 화학무기의 존재를 인정, "미국이 시가전으로 나올 경우 사용하겠다"는 식의 카드로 활용할 것입니다. 이 선에서 양측이 장기 대치하면서 타협점을 끌어 낼 것으로 보입니다. 타협에 실패하면 미국이 바그다드로 들어가고 후세인 대통령이 화학무기를 사용하는 데 이어 미국이 다시 대량살상무기를 투입하는 악순환으로 빠지게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우 대량살상무기를 사용한 미국은 이후 세계를 이끌어갈 명분을 잃을 것이므로 적극적으로 협상하도록 미국에 촉구하고 싶습니다.

―전쟁 반대와 지지로 갈려 온 세계가 분열해 있는 가운데 전후 세계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게 될까요.

고 실장= 미국은 90년대 중반부터 선제공격을 불사하는 신군사전략을 심도 있게 논의해 왔고 9·11 테러 이후 이 전략이 더욱 탄력을 받은 상황입니다. 단기전으로 끝난다는 저의 생각이 현실화할 경우 전후 미국은 이 전략을 확대해나갈 것이 확실합니다.

홍 실장= 미국의 패권 유지 여부는 전쟁 과정에서 미국이 얼마나 전쟁의 명분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렸습니다. 화학무기 존재를 증명할 수 있는가, 새 정권에 이라크 국민들이 행복해 할까, 민간인 대량살상을 최소화할까 등이 미국의 향후 패권을 규정합니다. 미국이 여기에 실패하면 전쟁이 패권의 변곡점이 돼 애당초 전쟁 목표는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회=이은호 차장대우 leeeunho@hk.co.kr

정리=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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