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어느 회사 입사시험장. 필기와 면접의 어려운 과정을 거쳐 선발된 사람들이 마지막으로 신체검사만 남겨 놓고 있었다. 우리 중에 평소 혈압이 좀 높아 '보이는' 친구가 있었다. 그 역시 그걸 무척 의식하고 있었는데 마침 무슨 명찰을 단 사람이 지나가며 그를 건드린 게 문제의 시작이었다."자네는 평소에도 그렇게 얼굴이 붉은가?" "아닙니다. 전 괜찮습니다아!" "안 괘안아 보이는데 그래. 덥도 않은데 땀은 왜 흘리고 있지요?" "저는 정상입니다아! 아무 문제 없습니다아!" "왜 그래 군대 훈련병맨구로 소리를 지르고 흥분해서 그라요. 그런데 군대는 갔다 왔소? 혈압이나 호흡곤란 뭐 이런 것 때문에 훈련 열외는 안 받고?" "전 정말 아무 문제 없습니다! 혈압 문제 없습니다! 절대 흥분하지 않습니다!" "문제 엄겠어요?" "없습니다아! 없다니까요!" 그 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쓰러져 가까운 병원으로 실려갔다. 문제가 두 가지 있었다. 심사관은 혈압이나 신검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일 끝나고 집에 가던 면접관이었다는 것이고 병원에서 재어본 그의 혈압은 정상이었다는 것.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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