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투신증권과 투신운용 등 현대계열 부실 금융회사 2곳이 해외에 팔린다. 정부의 해외매각 방침이 마침내 성사됨으로써 하이닉스 반도체와 함께 기업구조조정의 최대 난제이자, 한국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던 먹구름 하나가 제거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B7면금융감독위원회는 27일 현대투신증권과 자회사인 현대투자신탁운용을 미국의 종합금융회사인 푸르덴셜금융에 5,000억원(잠정가)에 매각하는 양해각서(MOU)에 정식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MOU는 지난해 아메리칸 인터내셔널그룹(AIG) 컨소시엄과의 매각협상이 막판에 결렬된 지 꼬박 1년 2개월 만이다. 더구나 인수주체가 단기차익을 노린 투자펀드가 아닌데다 이라크전쟁과 북핵위기로 국가 리스크가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시장에 긍정적 신호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매각에 앞서 두 금융사의 부실해소를 위해 대규모 공적자금 투입이 불가피한데다 대주주 지분소각 및 소액주주 감자, 사후 손실보전범위 산정 등의 까다로운 절차가 남아 있어 본계약 성사를 낙관하기엔 이르다는 게 중론이다.
MOU 어떤 내용 담았나
AIG 협상 때와는 달리 푸르덴셜은 현대 금융3사 중 현투증권과 투신운용 등 2곳만 인수한다. 매각에 앞서 우리 정부는 공적자금을 투입해 현투증권의 대주주가 된 뒤 지분의 80%를 푸르덴셜에 5,000억원을 받고 경영권을 넘긴다는 것이 MOU의 골자다. 물론 매각대금은 공적자금 투입금액과 제반 매각조건에 따라 향후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MOU는 또 우리 정부가 보유하게 될 잔여지분(20%)에 대해 본계약이 체결된 이후 3∼6년 사이 푸르덴셜이 매수권(콜옵션)을 보유하고, 정부측은 매각권(풋옵션)을 갖도록 규정했다.
이번 MOU는 구속력이 없는(Non-binding) 계약으로 배타적협상기간은 3개월이며 양측의 합의에 따라 1개월씩 연장할 수 있는 조건이다. 따라서 본계약 체결은 이르면 6월말이나 7월초에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AIG 협상 결렬의 표면적인 원인이었던 사후 손실보전(인뎀니피케이션) 범위에 대해선 MOU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아 이 기간 중 추가 협상이 필요하다.
1조5,000억원 대 공적자금 투입 불가피
공적자금 지원을 통한 부실해소는 이번 매각의 전제조건이다. 현대투신에 투입될 공적자금의 규모는 세부적인 매각조건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지만 최소한 1조∼1조5,000억원 대가 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추정. 지난해말 현재 현투증권의 자본잠식액은 1조4,000억원 수준이며 잠재부실도 3,000억∼4,000억원 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는 현대측의 경영부실 책임을 묻기 위해 이번 매각에서 제외된 현대증권을 국내외 공개입찰이나 수의계약 형태로 분리매각해 매각대금 일부를 현대투신 지원에 사용한다는 방침. 여기에 푸르덴셜로부터 받게 될 매각대금 5,000억원까지 감안하면 공적자금으로 채워야 할 몫은 부실총액(2조원 안팎)보다 다소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이다.
한편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 후 현투증권의 기존 대주주(하이닉스, 현대증권, 현대상선 등) 지분은 완전 감자(소각)한다는 방침을 굳혔다. 이에 따라 정몽헌 계열의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16%의 지분을 보유한 현대증권 경영권 매각과 함께 금융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할 운명이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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