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고향은 한국과 일본 두 곳입니다. 이젠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전혀 부끄럽지 않아요."한국관광공사가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학여행을 다녀간 일본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감상문대회에서 대상 수상자로 뽑힌 재일동포 3세 야스이 유우카(安井佑佳·18)양이 26일 시상식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다시 찾았다. 야스이양은 대상을 받은 '고향으로의 여행'에서 지난해 11월 오사카부립 유우히가오카(大阪府立 夕陽丘) 2학년 때 온 수학여행을 계기로 한국을 고향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을 솔직하게 그렸다.
야스이양은 수학여행지가 한국으로 정해졌을 때만해도 '왜 한국이냐'며 속상해 했다고 진솔하게 고백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한국인임을 알았지만 친구들에겐 줄곧 숨겨왔기 때문이었다. 수학여행을 오기 직전에는 일본인 친구들과는 색이 다른 여권 표지 때문에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들킬까 봐 불안해 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야스이양은 수학여행 첫날 서울 서대문형무소에서 한국인들이 일본인으로부터 당한 참상을 보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고 고백했다. 한국인임을 감추려 한 자신이 부끄러웠고 한국인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내 조상이 이런 고통을 당했구나'라는 생각에 견딜 수 없었고,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따뜻하게 맞아주던 인천여고 친구들 덕분에 한국이 더욱 가깝게 느껴졌단다.
야스이양은 조부모가 일제시대 때 강제 징용으로 일본에 건너온 재일동포3세.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제주도 출신이지만 한국어는 거의 하지 못한다. 하지만 딸의 수학여행을 계기로 아버지는 일본인으로 귀화할 생각을 접었다. "대학에 들어가면 한국어를 전공한 뒤 스튜어디스가 돼 한국과 일본, 두 고향을 자유롭게 드나들고 싶어요."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