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장이'가 있을 뿐 남자, 여자는 없다. 제3회 남녀고용평등대상 최우수상을 받은 (주)제일기획(사장 배동만) 직원 742명 중, 적어도 187명 여성 근로자들은 그렇게 믿는다. 이 회사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인적 자원의 개발을 통해 여성들이 능력을 십분 발휘토록 하는 모범사례로 꼽힌다.배동만 사장은 "가장 중요한 자산은 사람"이라며 "직원의 25%를 차지하는 여성 인력의 개발과 활용은 우수인재를 확보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한다.
여성할당제 등의 우대정책을 펴는 대신 남녀에게 기회를 철저하게 동등하게 주는 것이 대원칙이다.
모성(母性)보호 권리를 주장하는데도 남녀 구분이 없다.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는 게 아직 기업체에선 이례적인 일이지만 이 회사에서 만큼은 이선구 차장이 최근 육아휴직을 낸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프로젝트 단위로 업무가 이뤄지기 때문에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후 예전에 하던 일에 복귀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삼성그룹내에서 유일하게 공채 출신 여성 임원을 발탁하는 등 채용, 승진, 연수 등에서 막강한 우먼파워를 발휘한다. 해외장기연수 선발은 처음부터 사내공모제로 실시, 철저하게 실력을 기준으로 한다. 올해 선발된 10명 중 절반이 여성이고 기혼을 이유로 탈락하는 경우도 없다. 미국 뉴욕의 광고대행사 FCB로 1년간 연수를 떠날 서지영 차장은 "결혼한 지 석달 밖에 되지 않아 심사 때 임원들도 고심했다고 들었지만 연수를 결정하는데 장애는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회사 여성 근로자 비율은 1999년 20.7%였으나 해마다 신입사원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운 결과 현재 25%까지 높아졌다. 올 2월 신규채용에선 18명중 9명이 여성. 이정은 차장은 "특혜를 받은 게 아니라 여성과 남성이 동등하게 경쟁할 기회를 얻어 여성이 실력을 발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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