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윤여준 의원을 통해 최규선씨로부터 20만달러를 받았다"고 폭로했던 민주당 설훈 의원이 "의혹 폭로 제보자는 김현섭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관"이라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설 의원의 증언은 '최규선 게이트'로 타격을 입은 청와대측이 상황 반전을 위해 의혹 폭로를 기획하거나 배후조종했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어서 충격을 주고 있다.명예훼손 등 혐의로 지난달 기소된 설 의원은 27일 서울지법 형사합의23부(김병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기자회견을 했던 지난해 4월19일 김 전 비서관이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에게 들었다'며 이 전 총재의 20만달러 수수설 관련 자료를 팩스로 보낸 뒤 기자회견을 하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설 의원은 "이 자료를 양식만 조금 바꿔 보도자료로 만들어 기자회견을 했다"며 "김희완씨도 19일 추가 폭로를 하기로 했으나 잠적해 무산됐다"고 밝혔다. 설 의원은 "최 게이트로 정권에 대한 야당의 비난이 거세던 시점에 민정비서관의 제보였던 만큼 사실일 것으로 확신했다"며 "검찰 수사과정에서는 DJ정권에 누가 될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검찰이 수사과정에서 김 전 비서관을 조사했던 것으로 밝혀져 조사 사실과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던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희완씨가 지난해 4월 김 전 비서관과 통화한 사실을 올해 초 확인, 김 전 비서관에 대해 서면조사를 했으나 모든 의혹을 부인하고 설 의원도 입을 다물어 수사를 더 진행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달 초 출국, 미국 워싱턴에 체류중인 김 전 비서관은 언론과의 통화에서 "설 의원이 그렇게 말했다면 부인하고 싶지않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