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 등 국제 경제 불안으로 국내 물가까지 들썩이면서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이런 고물가, 불황기에 알뜰 구매와 소비는 가계 운영의 최고 미덕. 현명한 주부라면 경기 침체기에는 중고시장 쪽으로 눈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 중고시장은 신상품에 크게 뒤지지 않는 제품들을 절반 이하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어 알뜰 구매에는 더없이 좋다. 중고 매매 시장에서는 버려야 할 중고품을 일정 가격에 사주기도 하기 때문에 '쓰레기도 돈 받고 처리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반 값 이하로 살 수 있다
컴퓨터, 골프클럽, 악기, 장난감, 휴대폰 등 유행에 민감한 소형 생활 가전이나 사무용품은 단지 유행에 뒤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 중고시장에 나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제품은 중고품을 사용해도 큰 지장이 없다. 최근 이런 중고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매장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 위치한 '하드 오프'(www.hardoff.co.kr)가 대표적인 중고 전문 매장이다. 이곳에서는 오디오, 악기, 컴퓨터, 골프세트, 카메라, CD, 게임기 등 850여종의 중고품을 판매한다. 단종된 제품은 정상가의 50%, 아직도 출시중인 제품은 65∼70%선에서 구입할 수 있다. 기존 중고센터와 달리 상품 보증서를 발급해 구입 후 3개월에서 1년까지는 제품에 이상이 생겼을 경우 전액 환불해 준다. 매장도 웬만한 백화점이나 할인점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깔끔하게 꾸며져 있어 '마치 백화점에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지난해 11월말 문을 열어 월 6,5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린다.
각 구청에서 운영하는 재활용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주로 전자제품을 취급하는 데 구청이나 시청 가정복지과를 이용하면 정보를 구할 수 있다. 동대문 운동장 인근 국립의료원 옆 훈련원 공원에서 매월 첫째, 셋째주 일요일마다 벼룩시장이 선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의류나 잡화가 주 거래품목이다. 홍대 앞 정문 공터에서도 매주 토요일 오후에 '프리마켓'이 열린다. 미술이나 디자인을 전공한 학생들의 작품과 용품이 거래된다. 이색 의류나 액세서리 구입에 제격이다. 이밖에 '교차로', '벼룩시장', '가로수', '알림방' 등의 생활 정보지를 이용해도 된다.
중고품 팔아 수입도 챙긴다
중고시장의 또 다른 장점은 값싼 구매 외에 불필요한 중고품을 팔아 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중고 전문 매장인 '하드오프'는 컴퓨터를 제외한 웬만한 중고품은 모두 구입해 준다. 오래된 전자 제품들도 쓸만한 부속은 분해해서 재활용하기 때문에 구입해 준다.
벼룩시장이 운영하는 중고 매장을 이용해도 된다. 벼룩시장은 대구와 부산에 리사이클링 센터 2개 매장을 개설, 지역 주민의 물품을 위탁 판매하고 있다. 이곳에 물건을 맡기면 수수료 없이 판매 금액 전액을 받을 수 있다. 주로 의류, 가구, 장난감, 소형 가전 등이 거래된다.
이밖에 인터넷 상에 개설된 중고 매매 사이트를 이용해도 된다. 대표적인 사이버 중고 매매 사이트로는 구 벼룩시장이 운영하는 파인드유즈드를 비롯해 '우가우가', '스왑세븐', '엠체인지', '사고팔고', '아이베이비' 등이 있다. 일부 오래된 중고품 중에는 황학동 같은 앤틱 경매장에서 고가의 골동품으로 팔 수 있으므로 고서나 유명 화가 작품 등은 전문가의 감정을 받는 게 좋다.
리폼은 또 다른 알뜰 구매
구매가 부담스럽다면 있는 물건을 수선해서 쓰는 것도 알뜰 가계 운영의 지혜다. 예전에는 자동차나 냉장고, 에어컨 같은 고가의 제품만 고쳐서 썼지만 의류나 소형 가전 같은 소모성 물품도 A/S나 부분 수선을 통해 재활용할 수 있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의류 리폼 전문 업체인 FCN를 입점 시켜 호응을 받고 있다. 이 곳에서는 유행이 지난 의류를 최신 디자인으로 수선해 준다. 최근에는 구형 더블 재킷을 신형 싱글 재킷으로 바꿔 달라는 주문이 전체의 20∼30%를 차지할 정도. 수선 비용은 3만원 안팎으로 저렴하다.
이밖에 오래된 밍크 모피 코트류 같은 고가품은 리폼해서 입는 것이 경제적이다. 모피 리폼은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에 구입처를 통해 고쳐 입는 것이 안전하다. 전체 리폼은 50만∼80만원, 부분 수선은 3만∼20만원 정도가 든다. 수입 아동복도 리폼해서 활용할 수 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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