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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미국의 전쟁에 가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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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미국의 전쟁에 가야하나

입력
2003.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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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지금 군대에 있다면?'굳이 이런 질문을 던지지 않아도 남의 나라 전쟁에 파병되는 기분은 썩 좋지 않을 것 같다. 아직 군대라는 '눈물 젖은 건빵'을 씹어본 일이 없지만, 적어도 남의 나라 전쟁에 목숨을 내걸고 나가야 하는 군인의 심정이라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 특히 지금처럼 미국 편을 들어주기 위한 이라크전 파병이라면 백 번을 양보해도 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이라크전은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전쟁이다. 부시 대통령의 테러 방지와 이라크 국민 해방이라는 명분은 궤변에 불과하다. 베트남이나 중남미에서 벌인 미국의 전쟁에서 드러나듯 제3세계에 대한 화염의 이면에는 세계 민주질서 확립을 가장한 팍스 아메리카나라는 정치·경제 패권 강화가 담겨 있다.

미국은 패권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 전쟁이라는 수단을 써왔다. 미국은 냉전시대의 양극이었던 소비에트 연방을 와해시키고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이 된 이후 독주와 오만으로 세계 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 그들이 주도해온 유엔조차 자신의 목적과 부합되지 않으면 허깨비에 불과한 모양이다.

이러한 미국의 오만 속에서도 '엉클 샘'의 등에 업히고 싶은 국가들은 발 빠르게 움직인다. 연합군으로 참전한 영국과 호주를 포함해 일부 국가들은 자국의 정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미국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다르다. 우리나라는 지난 50 년간 한미동맹이라는 명분 아래 미국의 속국처럼 지내왔지만,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새로운 한미관계를 정립하자는 국민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거세다.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국익'이 '우리는 미국과 한 편'이라고 말해야 하고, 급하게 파병을 해야 얻어질 정도라면 우리가 얼마나 군사적, 경제적으로 미국의 영향을 받아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하는 지를 알 수 있다. 새 정부의 전쟁지지와 파병 결정은 대한민국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노 대통령의 기민한 전쟁지지담화와 파병안 처리의지, 그리고 애써 국민을 설득하는 모습은 우리 세대로 하여금 주체적 대미관계 정립이라는 희망에 물음표를 던지게 한다. 정치·외교적인 잣대로 파병을 결정했다면 그것이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아직 '눈물 젖은 건빵'을 씹어 보지 못한 우리 세대에게 이해시켜 주기 바란다.

임 현 수 전 단대신문 편집장 (사회과학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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