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신주류측이 연일 정치권 새판짜기를 겨냥한 신당론의 불씨를 지피고 있으나, 뚜렷한 실체가 없는데다 내부에서조차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등 혼선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경제 위기, 이라크전 파병동의안을 둘러싼 국론 분열 등 난제가 쌓여 있는 상황에서 정권 주도 세력인 신주류측이 사태 해결에 나서기는 커녕 신당설로 정국 불안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신주류측 핵심인 천정배(千正培) 의원은 27일 불교방송에 출연, "최종적으로 당 개혁이 무산될 때 비상한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 올 지 모른다"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신기남(辛基南) 의원도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 "당 개혁안이 좌초되면 신당을 만드는 것 이외엔 방법이 없다"고 가세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인 이강철(李康哲) 전 조직특보도 최근 김원웅(金元雄) 개혁당 대표를 만나 정계 개편 필요성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김 대표는 "이 전 특보도 영·호남 지역 정당을 해체하고, 지역주의에 편승해 정치 경력을 쌓아온 인사들을 정치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데 공감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같은 신주류 일각의 '신당 띄우기'에 대해 같은 신주류 핵심인 문희상(文喜相) 청와대 비서실장은 25일 "지금 절대 그런 일은 없다"고 일축했다. 김원기(金元基) 고문도 26일 "신당론은 개혁이 지지부진하니까 몇 몇 의원들이 개인적으로 불쑥 홧김에 던진 얘기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여기에는 신당이 자칫 호남세력 이탈 및 지지표 분산을 가져와 내년 총선의 참패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신주류 내부에서조차 신당 여부를 놓고 엇박자를 내고 있는 셈이다.
신당 추진 방향 및 시기에 대한 견해차도 적지 않다. 이강철 전 특보 등은 "동교동계가 떠나줬으면 좋겠다"며 '뺄셈 정치'를 주장했으나, 천 의원 등은 당의 외연을 넓히는 '덧셈정치'를 제시하는 등 생각이 서로 다르다. 시기도 5월설부터 추석 전후설까지 제각각이다. 한 당직자는 "내년 총선 화두가 정치개혁인 만큼 정계개편이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실체 없는 신당설로 당력을 낭비하기보다는 국가적 현안 해결에 힘을 쏟을 때"라고 쏘아붙였다.
/박정철기자 parkjc@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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