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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9·11 테러"와 "엔론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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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9·11 테러"와 "엔론 사태"

입력
2003.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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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컴으로 생생히 전달되는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 장면을 보면서 미국의 행동에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세계 각지에서 연일 높아지는 전쟁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왜 저렇게 하고 있느냐는 의문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9·11 테러'는 정치 외교적인 측면에서 그 이전과 이후를 분명히 가르는 큰 분수령이 되었다. 미국 국민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들의 안전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단기간에 많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엔론 사태'는 경제적인 면에서 '9·11 테러'에 해당된다. 테러와 마찬가지로 그 이전과 이후 기업과 경제를 보는 시각을 완전히 바꾸어버렸다. 기업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요소로 투명성 윤리성 등이 자리잡았다. 단순히 이익을 많이 낸다고 해서 좋은 기업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장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는 기업은 생존 자체가 어렵게 되고 있다. 이는 한 기업에 그치지 않고 국가 경제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엔론 사태 이후 미국 경제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 우리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 요인들 중 하나가 SK 사태다. SK글로벌의 분식회계는 SK그룹만 아니라 한국 경제를 옥죄고 있다. 그 파장이 언제 수습될지 예상하기 힘들다. 얼마 전의 금융감독원 자료를 보면 아직도 국내 기업들은 분식회계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국민의 정부는 2001년을 '분식회계 근절의 원년'으로 선언했지만 기업회계의 투명성은 높아지지 않고 있다. 분식회계가 마치 관행처럼 되어버렸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다. 특히 모범을 보여야 할 10대 그룹에서도 분식회계가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충격적이다.

■ 정부가 최근 회계제도 개선안을 내놓았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책임을 강화해 기업회계의 투명성을 높이자는 것이다. 허위 공시 등 회계 부정을 원천적으로 막자는 의도지만, 재계는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현실을 무시하고 외국에 비해 지나치게 앞서간다는 비판이다. 하지만 엔론 사태 이후 세계 경제계의 핵심어로 떠오른 것이 '윤리 경영'임을 보면 우리가 국제적인 흐름에 너무 어둡지않나 우려된다. '작고 개방된' 한국 경제가 신뢰성을 의심받으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과정이 앞에 나타나는지 잘 모르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엔론 사태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입에 올리면서 말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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