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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아름다운 패자, 코리아텐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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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아름다운 패자, 코리아텐더

입력
2003.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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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시즌을 치러내긴 치러냈군요." 디펜딩 챔피언 대구동양에 3연패하며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좌절된 26일 밤 여수코리아텐더 이상윤 감독대행은 락커룸에서 "올시즌 정말 잘해 줬다. 비록 챔프전 진출에 실패했지만 내년엔 더 잘해보자"며 선수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이 감독대행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부족한 감독을 믿고 따라준 선수들에 대해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올시즌 '작은 기적'을 일구며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던 코리아텐더가 4강 플레이오프 3차전을 마지막으로 험난했던 시즌을 마감했다. 지도자 경력이 일천한 초보감독과 연봉 1억원짜리 선수 하나 없는 무명들의 반란은 막을 내렸지만 꿈을 이룬 기쁨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삼성 프런트 출신인 이 감독대행이 이끈 돌풍의 모태는 시련이었다. 모기업의 재정난으로 시즌 개막 이틀전 주전 포인트 가드 전형수를 울산모비스에 팔아 구단운영비를 마련해야 했고, 후반에는 숙소인 아파트를 한국농구연맹(KBL)에 담보 잡히고 운영비를 빌렸다. 매달 월급이나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 걱정해야 했던 '헝그리 구단'이었다. 하지만 전형수의 트레이드는 선수들의 투지와 자존심을 자극,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고 올시즌 최다연승기록인 6연승과 6시즌만의 플레이오프 진출 및 4강이라는 기적을 이뤄냈다. 전용체육관이 없어 동가숙 서가식하며 더부살이 연습을 했지만 어느 부자구단 못지 않은 성적으로 그들이 지키고 싶어했던 소중한 자존심과 코트를 지켜냈다.

비록 하루라도 빨리 아빠를 보고 싶어하는 이 감독대행의 딸 소연(10)이의 꿈은 이뤄졌지만 그의 불안감은 지워지지 않는다. 이 감독대행은 "다시 한번 선수들과 코트를 달리고 싶은데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구단 매각이 잘 돼서 농구를 계속 하고 싶어하는 선수들이 코트에서 뛸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26일 밤 지난 시즌 동안의 마음고생을 잊으려는 듯 몇몇 기자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던 이 감독대행은 "선수들이 자신을 찾는다"며 선수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황급히 발길을 돌렸다. 코리아텐더 돌풍이 내년에도 계속되길 기원한다.

/여수=여동은기자 dey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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