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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소방점검 한번 안받아" / 천안초등 축구부 합숙소 불 8명 참변 또 "人災"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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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소방점검 한번 안받아" / 천안초등 축구부 합숙소 불 8명 참변 또 "人災" 드러나

입력
2003.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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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하철 참사의 악몽이 사라지지 않은 가운데 또다시 어른들의 안전불감증으로 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에서 불이 나 어린이 8명이 희생됐다. 참변 소식이 알려지자 노무현 대통령과 윤덕홍 교육부총리 등은 철저한 조사와 전국 학교 합숙시설에 대한 안전점검을 지시했지만 사후약방문에 불과했다.사고 상황

26일 오후 11시10분께 충남 천안시 성황동 천안초등학교 축구부 합숙소에서 불이 나 잠자던 주상혁(13)군 등 축구부원 8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지고, 송우민(13)군 등 16명의 축구부원과 코치 허모(35)씨 등 17명이 인근 병원에 분산, 치료 중이다. 이 가운데 중태자 6명은 서울 구로성심병원과 한강성심병원으로 후송됐다. 경찰은 전기합선에 의해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밀감식 작업을 벌이고 있다.

안전시설 미비

불이 12분만에 진화됐으나 엄청난 인명피해가 난 것은 최소한의 안전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1층 슬라브 건물인 합숙소는 불에 잘 타고 유독가스를 내뿜는 스티로폼과 합판으로 설치돼 있다. 또 창문이 3개뿐인데다 컨테이너와 에어컨 등에 가로막혀 있었고 출입구도 협소해 유독가스가 밖으로 배출되지 못했다. 불이 난 합숙소는 법정기준(연면적 400㎡)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93년 건축 후 한번도 소방점검을 받지 않았다. 화재 당시 허모 코치는 외부에서 술을 마시다가 급히 연락을 받고 돌아오는 등 책임의식이 부족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엘리트 체육 풍토 개선돼야

전문가들은 '금메달 제일주의'로 인한 과도한 훈련과 부족한 학교체육 예산이 낳은 참사라고 지적했다. 대한축구협회 초등연맹 김영균 전무이사는 "합숙훈련은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내야 진학이 쉽다는 강박관념 때문"이라며 "초등학교부터 만연한 합숙시스템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수 전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도 "이번 참사는 축구인과 교육당국의 직무유기"라며 "어린 학생들이 운동을 순수하게 즐길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천안=이준호기자 junhol@hk.co.kr

전성우기자 swchun@hk.co.kr

■ 안타까운 사연들

"기량을 마음껏 뽐내기도 전에 이렇게 가면 어떡하란 말이냐?"

천안초등학교 축구부원들의 시신이 안치된 단국대병원 등 시내병원과 임시분향소가 마련된 학교 대강당은 27일 급우들과 교사, 일반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눈물바다를 이루었다. 지난 2월 브라질로 축구유학을 보내려다 포기하고 한 달 만에 아들을 잃은 김바울군의 아버지 김창호(40)씨는 "학교측이 선수가 부족하다고 해 유학을 말린 게 평생의 한이 됐다"며 통곡했다. 주상혁군의 아버지 주정복(47)씨는 "아들이 축구를 좋아해 이달 초 부영초에서 천안초로 전학시켜 축구부에 넣은 것이 화근이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8세로 축구부에서 막내였던 임태균의 가족들은 "태균이가 작년 월드컵 열기 후 매일 K리그를 보면서 축구를 너무 하고 싶어 해 전학시켰는데…"라며 할 말을 잃은 채 주저앉았다.

목숨을 걸고 학생들의 구조를 도운 시민도 있었다. 천안 대학학원 수학강사인 문재정(34)씨는 "화재 현장 부근을 지나다 비닐 타는 냄새가 나서 학교쪽을 보니 시커먼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며 "경찰에 신고한 후 화재현장으로 달려가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화상과 호흡곤란으로 신음하는 학생들 서너 명을 데리고 나왔다"고 말했다.

/천안=강철원기자 strong@hk.co.kr

사망자 명단

이장원(12) 김민석(12) 이건우(12) 주상혁(12) 김바울(12) 고원주(11) 강민수(10) 임태균(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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