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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사격 / 오늘은 내가 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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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사격 / 오늘은 내가 쏜다!

입력
2003.03.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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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탕! 탕!' 서울 시내 한복판서 웬 총소리?서울 압구정동 광림교회 입구의 한주빌딩 지하 1층. 검은색 방탄 조끼에 헤드폰 같은 귀마개를 걸치고, 고글과 헬멧을 쓴 사람들이 과녁을 향해 권총 방아쇠를 당긴다. 고막이 찢어질 듯한 총성과 과녁을 맞히는 쾌감이 스트레스를 날린다. 이름하여 실탄사격장.

'실탄사격'이 신종 레포츠로 뜨고 있다. 사격장이라면 커다란 엽총을 어깨에 메고 날아가는 접시를 맞히거나 움직이는 동물 과녁을 향해 총을 쏘는 것을 떠올리고 일반이 접할 수 있는 총기도 공기총 정도에 불과했다. 반면 실탄사격은 평시 민간 지역에서 실제 권총과 탄환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호기심을 자아낸다.

4년여전 서울 목동에서 첫 선을 보인 실탄사격장은 지금 전국적으로 10여개로 늘어났다. 군대를 갔다왔음직한 중년 남성은 물론, 입대를 앞둔 젊은이부터 20대 여성, 주부 등이 권총을 들고 사대에 서서 조준을 하는 모습은 이제 보기 어려운 장면은 아니다.

"처음 총을 쏴 봤을 때 짧은 순간이었는데 전신에 땀이 나는 듯 했어요. 총을 들고 조준해 쏘는 시간은 몇 초에 불과했지만 '내가 총 쏜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 생각도 나질 않았어요."

6개월전 처음 실탄사격을 해봤다는 커리어 우먼 유선욱(32·아이엠 커뮤니케이션 실장)씨는 "발사하는 순간 이마와 손바닥에 맺히는 땀과 어깨를 치는 듯한 반동, 소음이 짜릿했다"고 표현한다. "폭발할것 같은 굉음과 함께 온 몸으로 느끼는 쾌감은 일상생활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 버린다"는 서진원(28)씨는 실탄사격 마니아다. 그는 1주일에 서너번씩 실탄사격장을 찾아 150발을 쏜 적도 있을 정도.

고급스럽고 세련되게 꾸며놓은 인테리어는 남녀가 함께, 혹은 여성끼리 실탄사격장을 찾도록 하는 유인이다. 서울 실탄사격장 이찬우 이사는 "깔끔하게 정돈된 실내 장식에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의 소파와 커피라운지, 종업원의 친절한 서빙, 영화와 음악감상까지 하노라면 흡사 카페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고 소개한다.

실제 사격장에서 여성들의 반응은 총성만큼 폭발적이다. 남자 친구와 함께 와 본 여성들이 다음에는 여자친구들과 함께 찾는 것도 새로운 풍속도. 사격선수 출신의 교관 류미연(26)씨는 "태어나서 처음 총소리를 들어 보는 여자 분들이 더 실탄사격에 열광한다"며 "사격전에는 무서워 하지만 사격을 마치고 나서는 매우 재미있어 한다"고 전했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

실탄 사격장

● 서울 서울 (02)542-3999 반포 (02)3477-7890

목동 (02)2646-9993∼4 롯데월드 (02)414―4014

서초 (02)586―0700

● 부산 영도 (051)405-9130 해운대실내 (051)746―0420

서면실내 (051)819―3890

● 인천 송도 (032)8346-007∼6

■"교관은 곧 하느님… 안전이 최우선"

칙칙한 분위기에 적당히 걸쳐져 있는 공기총들…. 이 같은 모습으로 각인된 기존 사격장 모습은 이젠 옛말이다. 서울 실탄사격장 경우 입구에 처음 들어서면 눈을 의심하게 된다. 소파와 라운지 등을 갖춘 실내 분위기가 카페인지 사격장인지 헷갈리게 하기 때문. 안내를 받아 테이블에 앉으면 종업원이 메뉴판을 내민다. 메뉴판에는 첫머리부터 총 그림과 설명이 적혀 있다. 사용할 총을 선택하라는 얘기다.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 한잔을 시키고 일행과 담소를 나누다 보면 이름을 부르는 방송이 나온다. 교관이 좀 전에 작성된 신상명세서와 총기 신청서를 보고 준비됐으니 '사대'로 들어 오라고 보내는 신호다.

'통제구역'이라고 붉은 색 글씨로 표시된 보안문 두개를 거쳐 사대에 들어서면 교관들이 반갑게 맞는다. 이 곳에는 권총이 총기함에 보관돼 있고 벽면에는 'CCTV 녹화중'이라는 글씨가 크게 적혀 있다.

우선 방탄복을 입고 교관으로부터 총기 사용법을 배운 후 방탄문을 열고 교관과 함께 사대에 올라선다. 종전에 발사된 권총의 화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실제 사대에서는 교관으로부터 조준법을 배운다. 교관은 그 사이 권총을 체인에 걸고 과녁을 설치해 준다. 체인은 고정돼 있어 권총이 사대 이외의 다른 방향으로 향하는 일은 절대 없다.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귀마개를 하고 화약이 뒤로 튀는 것을 피하기 위해 고글을 쓴다. 헬멧을 써도 된다. 사격에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만에 하나 돌발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에는 신경가스 분사기가 설치돼 있는데 아직 사용한 적은 없다. 교관과 함께 밖으로 나오면 사격 끝. 어느 실탄사격장에 들어가도 사격 과정은 이와 거의 비슷하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기 때문이다.

/박원식기자

■권총·표적지 다양… 10발에 2만원 정도

실탄사격장에서 사용되는 총기는 실제 군인이나 경찰들이 쓰는 권총 그대로다. 현재 10여종이 보급돼 있는데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서부영화에서 사용하던 종류부터, 영화 속의 형사가 가슴팍에서 꺼내는 피스톨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남자들은 보통 45구경, 여자들은 22구경 내외의 권총을 많이 사용한다. 구경이 클수록 반동과 충격이 크기 때문이다. 손으로 카킹하는 리벌버나 자동으로 탄피가 빠져 나가는 자동권총까지 재미가 각각이다. 한번 사격을 해본 여성들이 이제는 '더 큰 스릴을 느끼겠다'며 구경이 큰 권총을 찾는 경향도 강해졌다.

과녁으로 사용되는 표적지도 각양각색이다. 둥그런 원들이 그려져 있는 국제 규격의 표적지는 기본. 범죄자가 그려진 현상수배용 표적지나 독수리 호랑이 등 동물이 그려진 표적지들도 재미있다.

사격 비용은 권총크기별로 10발에 2만∼3만원을 받는다. 만 20세 이상 성인은 자유롭게 입장할 수 있으며 20세 미만 14세 이상은 보호자가 동반해야 한다.

/박원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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