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군이 이라크전에서 수난을 겪고 있다. 영국군은 그 동안 군기가 엄정하고 전투력이 높은 최정예 군대로 평가됐지만 이라크전에서는 오인사격 등 비전투 사고로 희생자들이 속출하고 있다.이라크전에 투입된 영국군은 2만6,000여명. 전쟁 7일째인 26일까지 전사자는 총 20명. 문제는 전사자 숫자보다는 내용에 있다. 전사자 중 2명만이 이라크군과의 교전 중 숨졌고, 나머지는 오인사격이나 사고로 희생됐다.
30여만명의 병력을 투입한 미군 역시 지금까지의 전사자는 20명. 하지만 교전 중 사망자가 12명이고 비전투 희생자는 8명이어서 영국군보다는 억울한 죽음이 훨씬 적다.
오인사격의 대표적인 사례는 24일 이라크 남부 바스라 교외에서 이라크군과 야간전투를 벌이던 영국 육군의 챌린저?가 자국 탱크로부터 사격을 받은 사고. 이 사고로 영국군 2명이 죽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1998년 6월 실전 배치된 챌린저?는 영국 육군의 주력 탱크로 야간작전이 가능하도록 열감지시스템과 피아식별시스템을 갖춘 최첨단 전차다.
23일에는 영국 공군의 토네이도 전투기가 미군이 걸프만 상공에서 발사한 패트리어트 미사일에 맞아 추락, 조종사 2명이 사망했다. 또 22일 걸프만에서는 영국 해군의 구조헬리콥터 2대가 충돌해 승무원 6명과 미군 1명이, 21일에는 미군 CH-46 시 나이트 헬리콥터가 쿠웨이트 사막에 추락해 영국 해병대원 8명과 미군 4명이 숨졌다.
영국 국민들은 잇단 자국 병사들의 희생 소식에 비통해 하면서 사고원인의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탱크와 헬기 등의 기계적 오류나 군 시스템의 문제 등으로 인한 사고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영국군은 이보다는 모래폭풍 등 최악의 전투환경과 전투의 혼돈상황 등에 무게를 두고 있다. BBC 방송도 챌린저 탱크는 야간에도 자국군 탱크를 식별할 수 있는 최첨단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 기계적 오류에 의한 오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도했다. 영국군 고위 관계자는 "챌린저 탱크의 오인사고는 어둠과 전투의 혼돈상황에서 나온 실수로 보인다" 면서 "우리 군은 대단히 엄격한 훈련을 실시하지만 전투 중 그런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범기자 hb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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