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회장 출신인 고영구 변호사가 신임 국가정보원장 후보로 내정됨에 따라 민변이 참여 정부의 대표적인 '인재 풀'로 또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변호사는 고 조영래 변호사 등과 함께 민변 창립에 힘써 1994년 회장 직책이 도입된 이후 첫 회장을 맡았던 대표적인 인권 변호사.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민변이 드디어 국정원까지 접수했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실제 민변 출신 인사들의 정·관계 진출 현황을 보면 '민변 전성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우선 노무현 대통령 자신이 민변 출신이다. 노 대통령은 88년 민변 창립 당시부터 회원으로 활동해 왔으며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여전히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노 대통령은 한 때 "민변을 탈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여론에 귀를 기울이기도 했으나 최근 대통령직 수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며 깊은 신뢰를 나타내고 있는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도 민변 부산·경남지부장을 역임한 지방의 대표적인 '민변 맨'이다. 검찰 서열파괴 인사를 강단있게 단행, 참여 정부 개혁의 상징적 인물로 떠오른 강금실 법무부 장관은 최근까지 민변 부회장으로 맹활약했었다.
이 밖에 박주현 국민참여수석과 이석태 공직기강비서관, 최은순 국민제안비서관, 황덕남 법무비서관 등 청와대를 주름잡고 있는 '젊은 피' 들이 모두 민변 출신이다.
노 대통령의 핵심 브레인으로 자리매김한 민주당 천정배 의원까지 포함하면 활동범위는 더 확대된다. 천 의원은 1993년 노 대통령과 함께 대표적인 '민변 펌'인 법무법인 해마루를 설립, 공동대표를 역임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벌여오다 정계에 입문했다. 여기에 민변 회장을 역임한 송두환 변호사가 대북 송금 의혹 특별검사로 지명됨에 따라 특검팀에도 민변 인사들이 대거 가담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다. 법조계의 한 인사는 "특정단체 인사들이 정부에 대거 몰리다 보면 자칫 편향된 사고가 정책에 그대로 반영될 수 있다"며 "요즘 상황을 보면 민변이 마치 초헌법적 기관이 된 것 같다"고 꼬집었다. 반면 또 다른 변호사는 "지나치게 정체돼 '동맥경화' 조짐까지 보여온 관료사회에 새 힘을 불어넣는 작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대통령과 코드가 맞는 민변 출신 인사들이 개혁작업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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