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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58>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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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758>비니

입력
2003.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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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97년 3월27일 프랑스 시인 알프레드 드 비니가 로슈에서 태어났다. 1863년 몰(沒). 비니는 군인 귀족 가문 출신이다. 그러나 그가 태어났을 때 집안은 프랑스 혁명의 물결에 휩쓸려 이미 몰락한 상태였다. 젊은 시절의 비니가 철두철미한 왕당파였던 것은 가문의 이런 유래와 관련이 있을 터이다. 비니는 루이18세의 즉위와 함께 프랑스에 왕정이 복고되자 근위 사단에 입대했지만, 군인과 전쟁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것을 깨닫고 문필로 세상을 헤쳐나가기로 결심했다.비니는 빅토르 위고를 중심으로 한 낭만주의 운동에 가담하며 시, 소설, 극작 분야에서 정력적인 창작 활동을 펼쳤다. 이름도 얻었다. 1820년대 후반이 그의 문단 활동의 전성기였다. 그러나 1830년대 이후 비니는 염세주의에 빠져 문단과 사회를 멀리하고 내면의 세계로 망명했다. 문학사가들은 대체로 이 시기의 비니를 더 높게 치지만, 그 시기 작품들이 담고 있는 아름답고 정적인 사유의 뿌리에는 정치와 기독교에 대한 환멸, 친구들과의 불화, 애인의 변심 같은 상처들이 자리잡고 있다. 비니가 스스로 선택한 유폐적 환경을 동시대의 문학비평가 생트뵈브는 '상아탑'이라고 불렀다. 상아탑은 그 뒤 대학 안에 유폐된 아카데미즘을 가리키게 됐지만, 원래는 비니가 실천한 탈속적 예술지상주의를 가리켰다.

비니의 시 '늑대의 죽음' 한 대목. "나는 생각했지, 아아, 인간이라는 이 위대한 이름에도 불구하고/ 나는 우리 인간이, 나약하기 짝이 없는 우리가 얼마나 부끄러운지!/ 우리가 이 생애와 그 모든 고난을 어떻게 떠나야 하는지/ 그걸 아는 자는 너희들이야, 고귀한 짐승들아!/ 우리가 지상에서 무엇이었으며 무엇을 남기는지 생각하면/ 침묵만이 위대할 뿐 다른 모든 것은 연약해."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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