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충격과 공포'란 섬뜩한 작전명으로 이라크 공격에 나선 지 1주일이 지났다. 이라크군의 저항도 만만치 않아 속전속결로 끝나리란 당초 예상과 달리 전쟁이 장기화할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누구도 미국의 승리를 의심하지는 않는 듯 하다.미국이 내세운 이번 전쟁의 목표는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만든 사담 후세인 대통령을 권좌에서 축출하는 것이다. 미국의 뜻대로 후세인이 제거된다면 이라크에 평화가 찾아오고 민주주의가 꽃피게 될까.
EBS는 27일 밤 9시50분 전쟁 이후 이라크의 앞날을 짚어본 영국 BBC 방송의 신작 다큐멘터리 '사담 후세인 이후, 이라크의 선택은?'을 방송한다.
이라크전이 초읽기에 들어간 이달 초 영국 등에서 활동 중인 이라크 출신 망명 인사들이 '포스트 후세인'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었다. 이라크의 주류인 수니파와 남부의 시아파, 북부의 쿠르드족 출신 등 참석자들의 면면도 다양했다. 이들은 후세인 정권에 협력한 사람에게 보복하지 않는다는 등 기본 원칙을 세웠지만 이라크의 미래에 대해 뚜렷한 비전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서방 정부와 국제 석유 회사들의 '포스트 후세인' 준비도 분주하다. 이들은 후세인의 권좌를 이을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들에게 '러브 콜'을 보내며 지금도 활발한 막후 협상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후세인 축출의 당위성에 대한 의문도 끊이질 않는다. 과거 미국이 정권을 축출한 나라 가운데 민주주의가 제대로 뿌리내린 예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이라크 내에 후세인 이후를 감당할 마땅한 정치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도덕적 문제가 드러난 일부 반 정부 인사들과 이들을 중심으로 구성될 새 정권에 이라크 국민들이 지지를 보낼지도 미지수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미국이 후세인을 무력으로 몰아내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더라도 그 이후 이라크와 중동 지역의 정세를 감당할 힘은 부족해 더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EBS는 이와 함께 미국의 이라크 공격에 동원된 최첨단 항공모함 '해리 트루먼'호의 모든 것을 소개하는 특집 다큐 '최강의 전투력, 항공모함'(영국 그라나다 제작)을 29일 오후 6시30분 방송한다.
해리 트루먼호는 12층 건물 높이와 맞먹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모함. 항모 내부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한 번 출항하면 수개월씩 항모에서 지내야 하는 군인들의 애환도 들어본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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