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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문화코드]<6>모바일

입력
2003.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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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방송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정지훈(21)씨는 "휴대폰은 최고의 장난감"이라고 말한다. 그의 하루는 그 날 기분에 맞게 휴대폰 벨소리를 바꾸는 것으로 시작된다. 벨소리의 빠르기와 곡조, 연주 악기의 소리 등을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VM(Virtual Machine) 프로그램을 휴대폰에 내려 받아 놓은 덕에 화창한 날은 기타 소리, 비오는 날은 바이올린 소리 등으로 분위기를 바꾼다.이 달 초부터는 무선인터넷을 통해 공중파 방송을 시청할 수도 있어 도서관이나 지하철, 약속 장소 등 어디서든 스포츠 뉴스를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어 너무 흐뭇하다. 휴대폰 기종은 최신형 애니콜 V300. 20초까지 동영상 촬영이 가능해 같은 기종의 휴대폰을 쓰는 친구들끼리 동영상메시지를 주고 받는 것이 새로운 취미가 됐다. 휴대폰으로 촬영한 동영상은 즉시 텍스트뿐만 아니라 그림·사진·음악·동영상 등도 간단히 올릴 수 있는 게시판 형식의 홈페이지인 블로그(Blog)에 올려 품평회를 열기도 한다. "휴대폰은 언제 어디서나 나를 세상과 연결해 주고,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중요한 통로에요."

혼자 재미 있게 놀고 싶다

휴대폰으로 통화만 하던 것은 아득한 옛날 얘기처럼 돼 버렸다. 휴대폰으로 대표되는 PDA, 핸드헬드 PC 등 모바일 기기는 '1인용 매체'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SK텔레콤과 KTF에서 각각 지난해 11월과 5월 고속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멀티미디어 서비스 '준'(June)과 '핌'(Fimm)을 시작함으로써 본격화했다. 캠코더, MP3 플레이어, TV, DVD, 게임기 등의 다양한 기능을 지닌 휴대폰 덕에 언제 어디서나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나홀로 엔터테인먼트'가 가능하다.

모바일 서비스가 인기를 모으는 원인은 멀티미디어 서비스의 주 고객인 신세대의 '나홀로' 성향과 무관하지 않다. 모바일용 뮤직드라마 '프로젝트X'를 감독한 정욱씨는 "요즘 신세대는 형제 없이 외동으로 자란 경우가 많아 사람들과 어울려 노는 것보다 놀이기구를 가지고 혼자 노는 데 더 익숙하다"며 "재미 없이 혼자 있는 것을 못 견뎌 하는 요즘 세대에게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는 언제 어디서든 혼자 놀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가장 적합한 기기"라고 말한다.

나를 표현하고 싶다

카메라폰, 동영상 휴대폰 등으로 자신을 보여 주고 기분에 따라 시시각각 벨 소리를 바꾸는 등 신세대는 당당하고 솔직하게 자기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한다. 모바일 기기는 이런 신세대의 표현 욕구를 채워주는 중요한 수단이기도 하다.

벨 소리나 통화 연결음에는 이용자의 개성이 담겨 있다. 노래 뿐만 아니라 음성을 통한 직접적 표현도 망설이지 않는다.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 새 정부에 대한 희망을 담은 '참여정부 믿습니다, 믿고요'라는 벨 소리가 인기를 끌었다. 미군 장갑차 희생 여중생 추모 집회가 한창일 때는 추모곡 '나의 친구야',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에는 희생자 추모메시지를 담은 통화 연결음이 높은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했다. 이라크 전이 한창인 요즘 뜨고 있는 벨 소리는 '부시 과자 먹다 졸도'와 '태권V' 주제곡과 함께 공습 시작을 알리는 사이렌 소리를 담은 '이라크 대공습' 등이다.

돈 되는 것은 모바일로 몰린다

모바일이 차세대 매체로 인식되면서 영화, 음악,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앞을 다투어 모바일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지난해 11월 SK텔레콤의 '준'을 통해 데뷔한 모바일 가수 '노을'을 시작으로 안재모, 멘사 등이 모바일을 통해 데뷔했으며 김건모, 리치, 클릭B 등의 가수들은 신곡을 내면서 모바일 동영상에 나와 신곡 소식을 알렸다. 서태지도 KTF의 '핌'을 통해 신곡을 발표할 예정이다.

모바일은 인기도를 측정할 수 있는 가장 민감한 실험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신인 가수의 경우 녹음에 앞서 벨 소리 취입부터 하는 예가 많아졌고 신곡의 반응을 보기 위해 벨 소리나 통화 연결음 서비스부터 제공하기도 한다. 가수 조성모도 지난 달 앨범 발매에 앞서 새 노래 '내 것이라면'의 통화 연결음서비스를 먼저 시작했다. 기획사 관계자는 "모바일은 팬들의 반응을 볼 수 있는 가장 좋은 시험대"라며 "창법을 바꾼 조성모의 목소리에 대한 반응을 보기 위해 미리 노래를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혼자 보는 1인 매체라는 특징 때문에 성인용 컨텐츠 산업은 모바일에 가장 어울리는 분야이다. 탤런트 성현아의 1, 2차 누드는 모바일에서 폭발적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김지현도 성인용 뮤직 비디오를 모바일을 통해 제공할 예정이다.

모바일 문화의 확산은 인간관계의 폭을 더욱 좁힐 것이라는 우려를 낳는다. 모바일 기기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버릇이 몸에 배면서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사람과 대화하는 데만 빠져 관계의 외연 확대가 어렵다는 것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는 "무선 인터넷이 확산된 일본에서도 모바일 기기 때문에 인간관계의 범위가 더욱 한정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적이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모바일 기기로 인해 혼자 놀고, 아는 사람하고만 대화하는 새로운 문화가 형성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지향기자 misty@hk.co.kr

"사람을 알려거든 휴대폰을 보라"

최근 POP(Point Of Purchase·매장광고물) 사업에 뛰어든 문화 평론가 김지룡씨는 "2년 넘게 사용해 온 폴더형 휴대폰을 최신형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 전 사업 때문에 만난 한 통신회사 간부로부터 "요즘 그런 휴대폰 들고 다니면 비즈니스가 안 돼요"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 "요즘은 어떤 휴대폰을 들고 다니느냐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 준다고 하네요. 아무 치장 없는 구식 휴대폰을 들고 다니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인식된다나요."

자기 표현의 도구라는 점에서 휴대폰 등 모바일 기기에 대한 신세대의 애착은 대단하다.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바꿔주는 것이 '변화에 민감함'을 입증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휴대폰 가격 때문에 수시로 기기를 바꾸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휴대폰 튜닝(Tuning)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튜닝 마니아인 윤승종(29·사진)씨는 각각 다른 방식으로 튜닝한 다섯 개의 휴대폰을 갖고 있다. 전화가 왔을 때 안테나가 3색으로 빛나는 '광선검', 오디오 기기의 이퀄라이저 창처럼 소리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이퀄라이저, 발광다이오드(LED)를 심어 다양한 색으로 변하는 '키패드' 등 다섯 개가 각각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는 튜닝에 골몰하는 이유에 대해 "남과 같은 휴대폰을 들고 다니고 싶지 않아서"라고 말했다. "휴대폰은 세상과 나를 연결시켜 주는 중요한 통로에요. 쓰다 버리기보다는 고치고, 예쁘게 치장해서 쓰고 싶어요."

지난해부터 시작된 휴대폰 튜닝은 현재 인터넷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튜닝 비용은 키패드 튜닝의 경우 2만원, 광선검은 3만∼4만원선이다. 최근에는 교통카드를 아세톤에 녹여 전선과 칩만 분리해 휴대폰에 장착하는 신종 튜닝과 벨 소리를 증폭하는 튜닝이 유행하고 있다.

/최지향기자

● 모바일 비즈니스 시장

모바일 비즈니스 시장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국내 대표적 모바일 사업자인 SK텔레콤 관계자가 "우리도 '문화충격'을 느낀다"고 말할 정도다.

무선 인터넷을 통해 이뤄지는 기업의 부가가치 창출 활동을 총칭하는 모바일 비즈니스의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섰다. 음성 통화 수입을 포함한 이동통신사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0% 안팎에 머물고 있지만, 매년 100∼150%의 초고속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SK텔레콤이 '준(June)', KTF가 '핌(Fimm)'이란 브랜드로 본격적인 멀티미디어 서비스에 나서면서 무선인터넷은 차세대 이동통신 산업의 총아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이에 따라 무선인터넷 시장은 2, 3년 안에 연간 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선 인터넷 가운데 현재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성장 속도도 빠른 분야는 모바일 음악. 이미 최고 인기 서비스로 자리잡은 휴대폰 벨소리와 통화연결음 서비스만 하더라도 지난해 1,090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년 대비 무려 250%의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보다 150% 늘어난 2,66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여 2000년 4,100억원에서 2001년 3,900억원, 2002년 2,800억원으로 급감하고 있는 음반 시장을 거뜬히 추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동통신사들은 벨소리와 통화연결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최신곡을 휴대폰에 다운로드해 휴대용 mp3 플레이어 수준의 음질로 즐길 수 있는 주문형 음악(MOD)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이에 따라 음반기획 및 제작사들도 CD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모바일 사업을 강화, 수익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주문형 비디오(VOD) 등 동영상 서비스 분야도 전망이 밝다. SK텔레콤은 '프로젝트X' 등 4편의 모바일 전용영화를 선보였고 올해 4, 5편을 추가 제작할 계획이다. KTF도 지상파·케이블TV 방송을 실시간으로 서비스하는 등 동영상 콘텐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화상전화가 가능한 휴대폰이 다음달 출시될 예정이어서 동영상 서비스는 더욱 활기를 띨 전망이다.

/이희정기자 ja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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