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제2의 도시 바스라에서 반(反) 후세인 봉기설이 제기돼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실일 경우 전쟁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CNN과 BBC방송 등 미국과 영국의 언론들은 25일 바스라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영국군의 말을 인용, "바스라 북부에서 시민 봉기가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40∼50명씩 무리를 이룬 군중들이 후세인 정권에 항의하며 거리로 몰려나왔고, 이라크군은 이를 막기 위해 중화기를 동원해 진압했다. 영국군은 이라크군 진지를 포격해 봉기를 측면 지원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26일 "제한된 형태의 봉기가 일어났다고 믿는다"고 확인한 뒤 "정권의 지도력이 약해지자 억압 대신 자유를 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하마드 사이드 알 사하프 이라크 공보장관은 이를 일축했다. 그는 아랍어 위성방송 알 자지라에 보낸 성명에서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국민의 사기를 꺾기 위해 발표한 거짓말"이라며 "미국이 CNN방송을 통해 유포하려는 도발적인 거짓말을 부인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바스라의 봉기 여부는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다. 군사 전문가들은 바스라 인근에 주둔한 영국군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미뤄 볼 때 봉기가 있었다 해도 큰 규모는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영국군의 도시 봉쇄로 식수 및 식량난에 시달린 시민들이 일시적으로 불만을 표출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또 한 시아파 정치 지도자에 대한 처형명령을 둘러싸고 내부충돌이 빚어졌다는 얘기도 흘러 나온다.
바스라는 이라크 내 집권 세력인 수니파가 아닌 시아파가 다수를 점하는 지역으로, 같은 시아파인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 이슬람혁명최고회의 등 반정부 단체들의 본거지이다. 특히 1991년 걸프전 직후 반 후세인 봉기에 나선 이들은 미국의 지원을 요청했다가 외면당한 뒤 정부군에 진압돼 수백명이 살해되기도 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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