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국회의 이라크전 파병 동의안 처리 유보를 이끌어낸 반전시위와 파병저지운동은 2000년 총선의 낙선운동에 이어 '피플파워'를 여실 없이 과시한 한국 시민운동사의 한 쾌거로 기록될 전망이다.이라크전 발발 이후 첫 주말인 22일부터 국회의사당 앞 등 전국 각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반전·파병저지운동은 각 시민단체는 물론 노동계, 문학·예술인, 종교계를 총망라한 범국민운동으로 급속 확산됐다. "UN의 승인 없이 이뤄진 미국의 전쟁을 지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논리를 내세운 이 운동은 종전 미국의 정책과 배치되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일반 시민들로부터 그다지 큰 호응을 받지 못했던 것과는 극명히 대조된다.
반전·파병저지운동은 또한 국민들이 '참여정부'의 의사결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체적 모델로 평가 받고 있어 향후 정치권등에 적지않은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반전시위 등 여론의 흐름을 주시한 한 국회의원은 "날치기 등 국민의 의사와 무관한 방법으로 안건을 처리할 수 있는 시대는 완전히 끝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국회의 결의안 유보에 대해 "국회안에서 국민의 의사는 아랑곳없이 처리됐던 기존 정책결정과정이 국민의 뜻을 반영한 상향식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인터넷을 매개로 한 네티즌들은 지난 대선에 이어 또다시 파병저지운동의 실질적 주역으로 나서 온라인 운동의 위력을 실감케했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온라인 찬반투표를 통해 파병반대 성명을 채택했고 한국노총 등 각계단체들도 '온라인 평화메시지 보내기 운동'등을 펼치며 네티즌의 파병철회 촉구에 동참했다.
그러나 파병저지운동의 의의를 확대해석하려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성공회대 정해구 교수는 "반전운동에서 파병유보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아직 국민들의 여론수렴과정과 정치권의 사태인식에 일정한 괴리가 존재한다"면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국민의사를 정확히 반영하는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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