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을 가다 보면 간혹 담배를 피우거나 음료수처럼 맥주를 마시는 아이들이 눈에 띈다. 저 아이 부모는 어떻게 저런 행동을 하도록 가르쳤나 하고 마음 속으로 비난하다가도 나도 내 아이의 바깥 생활을 모를 뿐만 아니라 머리가 굵은 아이에게 말 한마디 건네기가 얼마나 어려운지에 생각이 미치면 마냥 남을 탓할 수만도 없다.그래서 아이가 어릴 때는 몸이 고달프지만 커갈수록 머리가 아프다고 하나 보다. 어쩌다 꼭 해야겠다 싶어 힘들게 말을 꺼내도 아이는 무조건 듣기를 거부한다. 엄마가 하는 말은 매일 똑 같은 잔소리이고 어쩌다 한 번 하는 아빠의 말은 도무지 시대를 모르는 답답한 이야기로만 들리나 보다. 그렇다고 아이들과 대화를 포기할 수도 없는 일, 내 마음을 대변해 주는 책을 이용해 보면 어떨까.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이와 같이 이 책을 읽어보자. 지난 시대 절제되고 격조 있는 가족의 생활 모습을 읽으면서 아버지의 큰 사랑과 어머니의 원초적이고 즉각적인 사랑, 그리고 아버지를 존경하는 아이들, 그런 부자관계를 흐뭇하게 지켜보는 어머니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압록강은 흐른다'의 미륵의 아버지와 '강릉가는 옛길'에 나오는 수호와 은호의 아버지는 사회적 위치나 아이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많이 다르다. 조선의 선비였던 미륵의 아버지는 그 자신이 아들을 훈도하는 입장에서 한학을 가르치고 신식 학교에도 보낸다. 술상머리에 아들을 앉히고 충과 효에 대한 토론도 한다.
그러나 조선시대 양반가의 아버지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과는 달리 끝까지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아들을 나무라지 않고 한 잔의 술로 아들이 성인이 되었음을 인정해 준다.
수호의 아버지는 60년대 강원도에서 묵묵히 농사 지으며 아이들의 밑거름이 되어준 아버지이다. 아들이나 식구들과 그리 말을 많이 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평소의 묵묵함은 앞날을 예비하고 참을 때와 나서야 할 때를 확실히 가리는 깊은 속내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본보기가 되는 것이 가장 좋은 교육이며 아이의 말을 믿어주고 커가는 것을 인정해주는 것이 부모가 가져야 할 태도라는 것을 알고, 아이들은 부모의 마음에는 자식에 대한 깊고 큰 사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원래 이 책들은 어른용으로 나왔다. 그러나 최근 삽화를 넣은 산뜻한 편집으로 어린이용 도서로 출판됐고 '압록강은 흐른다'는 초등학교 6학년 국어 교과서에도 실렸다.
※ 어린이책 전문가 강은슬씨가 오늘부터 매주 목요일 '0018 책 세상'에 '마음을 잇는 책읽기'를 연재합니다. 이 칼럼은 어린이책 고르기의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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