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는 출범 당시 정책 결정과정에 시민단체와 전문가 등의 참여를 제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작 시민단체들은 정부 위원회 참여를 꺼리고 있다. 정부도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양상이다.우선 제도면에서 자문기구인 각종 위원회에서 민간부문의 역할과 권한이 이전 정부 수준과 달라진 게 없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 사이에선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정부 위원회에서 우리는 결국 거수기 역할만 하게 될 것"이라는 불신이 여전하다.
새만금간척사업과 경인운하 건설, 방사성폐기물 매립지 선정 문제 등이 정부 출범 한 달이 지나도록 답보 상태인 것도 시민단체들이 논의 과정 참여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총리실에 각종 위원회를 설치, 부처간 협의나 시민단체의 의견 수렴이 필요한 문제를 다루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부처 산하 위원회를 총리실로 넘기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정책 결정·추진과정과 사후평가 등에서 민간부문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감한 사안들에 대해 내각이 부처와 시민단체와의 협의·토론을 거쳐 주도적으로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대통령의 입만 쳐다보는 행태도 민간 부문의 참여를 어렵게 하고 있다. 경부고속전철 부산구간 노선 변경과 경인운하 건설 지속 여부 등은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정책방향이 결정된 대표적 사례다.
25일 발표된 보건복지부 보육·육아 업무의 여성부 이관도 전문가들의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치인 출신 장관이 독자적으로 결정하고 대통령이 수용한 '하향식 정책결정'의 한 예로 꼽힌다.
녹색연합 김타균(金他均) 정책실장은 "공무원들이 시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의 전문가와 시민단체의 정책 제안을 적극 수렴하는, 열린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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