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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7일/아톰 탄생일 앞두고 열도 들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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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7일/아톰 탄생일 앞두고 열도 들썩

입력
2003.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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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7일 '우주소년 아톰'의 탄생일을 앞두고 일본 열도가 떠들썩하다. 일본에서 만화의 신으로 추앙받는 데즈카 오사무(手塚治蟲·1928∼1989)의 만화 '철완(鐵腕) 아톰'에서 주인공 아톰이 2003년 4월7일 도쿄(東京) 다카다노바바(高田馬場)에 있는 과학성에서 태어나는 것으로 그렸기 때문에 상정된 생일이다. 과학성 장관인 덴마 박사가 교통사고로 숨져가는 한 아이를 소생시켜 로봇으로 만든 것이 아톰이다.

이 달 초부터 효고(兵庫)현 다카라즈카 (寶塚)시의 데즈카 오사무 기념관에서는 토·일요일 하루 2회씩 아톰의 탄생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베토벤의 교향곡 '운명'이 연주되는 가운데 신장 135㎝의 아톰 인형이 상반신을 일으키며 눈을 뜬다.

가장 큰 기념행사는 새 TV 애니메이션 시리즈 '아스트로 보이, 철완 아톰'의 방영이다. 후지 TV가 4월부터 전국에 방영할 이 작품은 '메트로시티'라는 세계에서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아스트로 보이'는 1963년 말 미국에서 애니메이션이 방영될 당시 아톰의 영어 이름이다. 이번 시리즈는 총 50회로 예정돼 있다.

일본 언론은 최근 두 발 보행이 가능한 로봇이 등장한 것을 두고 현실에서도 데즈카가 상상한 '로봇 사회'가 더 이상 환상만은 아니라며 떠들썩한 분위기다.

52년 아동 일간지에 처음 연재되기 시작한 '철완 아톰'은 63년 일본의 첫 TV애니메이션으로 전국에 방영됐다. 이때 국내에도 '우주소년 아톰'이란 이름의 만화영화로 소개됐다. 이 애니메이션을 통해 데즈카는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1980년 컬러화 돼 두 번째로 TV에 방영됐으며 이번이 세 번째이다.

데즈카 기념관에서는 새 TV시리즈 관련 자료와 함께 과거 2회의 TV시리즈 영상을 전시하고 있다. 아톰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데즈카 프로덕션이 있는 사이마타(埼玉)현 니자(新座)시는 아톰에게 주민등록증을 발급하고 아톰 모형을 시내 곳곳에 세우기로 했다.

다카라즈카시 우체국이 지난달부터 기념 우표와 우편 엽서를 내는 등 아톰 캐릭터를 이용한 상품도 쏟아지고 있다. '아스트로 보이' 그림이 들어간 빵, 버스카드, 캘린더, 7가지 판타지 제품을 넣은 '생일축하 선물'등 다양하다. 미쓰비시(三菱) 머티어리얼은 순금으로 만든 기념주화 2,300개를 발매했는데 순식간에 매진되기도 했다.

많은 로봇 캐릭터들 가운데 아톰이 유난한 인기를 누리는 것은 패전으로 실의에 잠겨있던 일본 청소년들에게 꿈을 심어준 과거의 공적 때문이다. 사람과 똑 같은 감정을 갖고 있지만 몸이 자라지 않아 버림받은 아톰은 인간과 우주인의 전쟁에서 인간을 위해 몸을 던져 싸우며 로봇의 의무에 충실한다.

데즈카는 후일 "영어를 알아듣지 못한다는 이유로 술에 취한 미군 병사에게 처참하게 얻어 맞았던 경험이 아톰 탄생의 바탕이 됐다"며 "지구인과 우주인의 싸움, 이민족 사이의 분쟁, 로봇과 인간의 비극 등이 아톰의 주제였다"고 회고했다.

일본은 패전의 아픔을 딛고 경제 성장을 이룩했으며 아톰을 보고 자란 지금의 중년 세대들은 어느 나라보다 먼저 인간형 로봇의 실용화에 성공했다.

/남경욱기자 kwnam@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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