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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反戰 눈치 본 "면피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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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反戰 눈치 본 "면피 국회"

입력
2003.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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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 파병 동의안 처리를 위해 국회 본회의가 소집된 25일 오후. 의원들이 탄 승용차는 대부분 국회 옆문과 뒷문을 통해 경내로 들어갔다. 파병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시위대가 경찰과 대치하고 있던 정문을 피한 것이다. 이렇게 의사당에 들어온 의원들이 보인 행태는 비굴한 '뒷문 정치' 그 자체였다.이날 본회의에 앞서 반대토론을 신청한 의원은 민주당 17명, 한나라당 4명 등 21명에 달했다. 반면 찬성 토론자는 아무도 없었다. 유일하게 찬성토론을 준비했던 자민련 안대륜 의원도 "혼자 하기가 뭣하다"며 거둬들였다.

여야 의총에서는 회의 공개 여부를 놓고 한바탕 아우성이 일었다. 파병 찬성 의원들은 일부 소장파 의원의 거센 공개 요구에도 불구, 기자들을 회의장 밖으로 내몰았다. 결국 여야는 의총을 핑계로 시간을 질질 끌며 서로 눈치를 살피다 본회의를 연기해버렸다. 일찌감치 찬성쪽으로 방향을 잡았던 양당 지도부 역시 언제 그랬느냐는 듯 입을 닫았다.

배경은 뻔하다.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반전여론, 정확히 말하면 "파병에 찬성하면 17대 총선에서 낙선운동을 벌이겠다"는 일부 시민단체의 으름장 때문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찬성 의견이 대다수라는 게 정설이지만, 시민단체가 겁나 뒤로 숨은 것이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공연히 나섰다가 찍히면 나만 손해 아니냐"며 "본회의장 전자개표기에 찬반 의원 이름이 바로 공개되는 데 괜찮을지 모르겠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파병의 옮고 그름을 떠나 보신(保身)에만 급급해 누구도 자신의 주장을 떳떳이 말하려하지 않는 정치권의 '집단 면피' 행태는 정말 한심하다.

유성식 정치부 차장대우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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