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를 틀거나 TV를 보면 온통 전쟁 이야기다. 방송프로그램에서 첫 멘트는 으레 전쟁에 맞춰져 있다. 신문도 1면부터 수개 면에 걸쳐서 상보를 전하고 있다. 이번 전쟁보도는 과거의 보도행태와 달리 내용도 다채롭고 정보의 질도 높이려는 흔적이 상당히 엿보인다.그러나 여전히 많은 문제점들이 있다. 폭격과 전투, 점령 등 전장 및 전황이 지면과 화면을 가득 채우고, 현장의 참상이나 반전 목소리는 작게 다뤄지고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방송의 경우 전투나 폭격 장면에 초점을 맞추면 그것은 전쟁 게임이나 첨단무기 시연 쇼를 방불케 할 수 있다. 방송의 속성상 현장감을 살린다고 하지만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폭격 장면은 시청자, 특히 청소년들의 머리 속에 자신도 모르게 더 화끈한 공격을 바라면서 전쟁을 즐기는 심리 상태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가공할 파괴력을 갖춘 첨단무기를 설명하는 기사 역시 그 이면에 수많은 생명의 죽음과 참상을 은폐하고 있다. 이런 전쟁보도는 청소년에게 전쟁불감증을 낳고 전쟁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죽인다. 휴머니즘을 상실한 보도인 것이다.
특별한 상황이 돌발하지 않는 한 뉴스시간을 제외하고는 생중계를 하는 것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정규 방송을 진행하면서 전쟁 속보를 자막 처리해 전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신문의 경우 물론 전쟁 상황을 충분하고 상세히 전해야겠지만 오히려 과다한 양의 보도가 독자의 가독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사진과 그래픽, 일러스트를 다양하게 활용해 독자의 시선을 끌어보려고 하지만, 너무 시각적 효과를 강조한 나머지 편집의 선정성과 가벼움을 초래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신문은 아무리 노력을 해도 방송 화면의 시각적 효과나 현장감, 속보성을 따라잡기가 힘들다. 결국 신문이 집중해야 할 부분은 국내외 전문가의 분석과 같은 충분한 해설과 의견의 제공이다. 충분한 지면을 활용해 다양한 소재의 기사 형태를 개발해야 할 필요도 있다. 방송은 시간적 제한성 때문에 속보 형식의 단편적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칠 수 밖에 없지만 신문은 풍부한 지면을 바탕으로 심층적인 설명을 할 수 있다. 방송이 현장 중심의 장면에 집중될 수밖에 없을 때 오히려 신문은 그 사건과 관련된 다양하고 깊이 있는 내용을 개발할 수 있다.
방송 속보가 낳을 수 있는 부정확한 정보, 오보, 과장에 대하여 신문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사실을 확인하여 진실보도를 하여 전쟁보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은 무엇보다 이번 전쟁에 대한 반대 목소리에 주목해 보도의 균형성을 견지해야 할 것이다. 전쟁보도가 외신, 특히 서방 미디어에 대한 의존도가 여전한 가운데, 전쟁의 당사자인 미국적 시각이 여과없이 전달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CNN과 알 자지라 방송의 경쟁이 마치 심리전을 펴는 대리 전쟁으로 비쳐지고 있는 정도이다.
전쟁의 원인과 목적에 대해서 전세계에서, 아니 미국 내에서조차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런 반전 분위기가 거세게 일지 않았다면 약간의 보도 균형조차 맞추기가 힘들었을지 모른다. 기자협회 같은 언론단체에 대해 지적하고 싶은 점은, 이번 전쟁의 발발이 충분히 예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 전쟁보도의 문제점을 검토하고 이번 전쟁보도를 위한 준칙이나 시각을 새롭게 업그레이드 하는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다는 점이다.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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