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의 신당설에 대해 청와대 참모들은 "그런 일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한다. 청와대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신당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오해를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 기류를 면밀히 짚어보면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당이 송두리째 바뀌지 않으면 신당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노 대통령은 우선 당 개혁작업의 지지부진함을 상당히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최근 당 지도부를 만나 "국민이 바라는 미래지향적 정당을 만들어 달라"고 말한 데에도 이 같은 불만이 함축돼 있다. 또 노 대통령이 민주당을 '고쳐 쓰기 어려운 헌 배'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도 여러 군데서 확인되고 있다.
다만 노 대통령이 신당 추진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칠 지는 또 다른 문제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노 대통령은 당정분리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신당 구상을 갖고 있더라도 국민이 '정치권에 맡겨두면 도저히 안되겠다'고 느낄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내에서 조기 신당추진론에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노 대통령이 손을 놓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정치권에 대해 선거법과 정당법 개정 등 제도 개혁을 지속적으로 주문함으로써 정계 개편의 명분을 쌓아 나가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달 2일 국회 국정연설 때 이에 대한 압박이 시작되리라는 얘기도 나온다.
노 대통령의 정치고문인 민주당 김원기 상임고문이 26일 "당 개혁이 불가능하면 신당 논의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나 이상수 총장이 정당명부식 권역별 비례대표제 관철을 다짐한 것도 '노심(盧心)'에서 벗어나 있지 않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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