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제법 '깨는' 두 편의 신작으로 여러분들을 초대하련다. 우선 르네 젤웨거, 캐서린 제타 존스, 리처드 기어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이 출동해 직접 노래하고 춤을 췄다는 뮤지컬로 아카데미 6개 부문을 수상한 '시카고'(사진). 흥청거렸던 1920년대 시카고를 무대로 펼쳐지는 영화는 그 화려한 스펙터클 등에서 당장 니컬 키드먼, 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물랑 루즈'를 떠오르게 한다. 캐서린(벨마 켈리)과 르네(록시 하트)가 가히 환상적으로 소화, 실연해낸 도입부 '올 댓 재즈'를 필두로 라스트의 '아이 무브 온'에 이르기까지, 그 시청각적 대향연에 매혹당하지 않고는 못 배길 성싶다.그럼에도 '물랑 루즈'의 감동과 비운의 러브 스토리에 열광했다면 이 환락과 탐욕, 배신의 드라마가 못마땅할 수도 있을 듯. 주옥 같은 올드 레퍼토리들이 대거 동원되었던 전자에 비해 '시카고'의 음악들이 상대적으로 덜 익숙해서일 수도 있겠거니와, 캐서린과 르네의 매력을 합쳐도 세기의 다이아몬드처럼 빛났던 니컬 키드먼의 매력에 다소 못 미쳐서랄까. 게다가 영화를 관류하는 현실적 문제의식 따위도 버거울 수도 있을 테고.
하지만 다름 아닌 그 문제의식이 '시카고'를 적극 추천하는 으뜸 이유다. 탁월한 편집 리듬에 의해 구축된 입체적 플롯이나 그 안에 실린 강렬한 메시지는 단연 주목 감이다. 뮤지컬 특유의 오락적, 환상적 요소를 전혀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사회비판적 주제 역시 놓치지 않는 연출자의 예술가적 자의식도 그렇고. 물론 '로이 샤이더의 재즈 클럽'이란 타이틀로 출시되어 있는 '올 댓 재즈'나 '카바레' 등을 통해 '뮤지컬의 신'으로 칭해지는 밥 포스의 동명 원작에 힘입은 바 크겠지만 말이다.
'선생 김봉두'는 반면 '시카고'의 야심과는 거리가 한참 먼 대조적 색깔의 소박한 소품. 코미디라는 장치로 희석시키긴 했지만 교육계의 촌지 문제를 전격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촌지라면 사족을 못쓰는 천하의 악질 초등학교 교사 김봉두가 폐교를 눈앞에 둔 강원도 오지의 한 분교로 전출되어 죽도록 고생하다 참스승이 되어가는 과정을 극히 코믹하면서도 때론 일말의 페이소스를 담아 무난하게 그렸다.
통렬한 세태 풍자를 머금고 시작한 영화는 유감스럽게도 후반으로 가면서 전반부의 미덕을 버리고 예의 감상적 최루 코믹 드라마로 치닫는다. 현실적, 영화적 타협이 빚어낸 부득이한 선택이랄까. 그런데도 영화가 볼만한 건 차승원의 망가지는 멋진 코믹 연기와 학생 역의 다섯 아역 배우들과 늙은 학생 최 노인 역의 변희봉 등 조연들의 탄탄한 협연 덕분. 그 연기 앙상블을 음미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악질 선생을 변함없이 사랑하고 끝내 변화시키는 아이들을 지켜보는데서 연유하는 아이러니의 맛도 여간 진하지 않고.
/영화 평론가 jci61@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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