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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지주회사요건 불협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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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지주회사요건 불협화음

입력
2003.03.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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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와 주요 재벌 그룹들이 지주회사 설립요건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LG그룹이 요건 완화에 반대의사를 밝히면서 재계에 지주회사 설립을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경제단체와 시민단체 등과 정책간담회를 가진 뒤 5월 중 민관 합동으로 공정거래제도의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가동할 예정이어서 지주회사 설립 요건을 둘러싼 재계의 논쟁은 향후 재벌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출범을 주도한 강유식 (주)LG 대표이사 부회장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지주회사 요건에 맞추기 위해서는 많은 세금과 보유자산 매각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현재의 지주회사 설립요건은 기업의 경제력 집중 완화와 투명경영이라는 2가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절충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LG가 구조조정본부를 해체할 수 있게 된 것도 지주회사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지주회사 요건을 완화할 경우 일부 대기업들이 투명경영을 도외시한 채 지주회사를 새로운 형태의 경제력 집중과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전경련과 삼성 등 주요 그룹은 지주회사의 지분규정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지주회사 설립을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며 기준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은 "정부는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에 규정된 까다로운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선언한 SK그룹과 KT, 동부, 코오롱, 동원그룹 등도 정부가 요건을 완화해 줄 것을 기대하며 정책 추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지주회사를 설립하려면 상장사의 경우 자회사에 대한 지주회사의 출자비율이 30% 이상, 비상장사는 50% 이상이어야 하고, 부채비율은 100% 미만이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삼성 등 일부 그룹은 현재와 같은 요건하에서는 지주회사 설립이 불가능하는 입장이다. 삼성 구조본 고위관계자는 "14개 상장사만 해도 시가총액이 60조원에 달해 30%의 지분요건을 맞추려면 최대 18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며 "설립요건이 완화되고 여러 가지 조건이 맞으면 적극 검토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지주회사 설립요건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는 25일 공정위와의 정책간담회에서 지주회사제가 지배력확장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지주회사의 자회사 지분비율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경철기자 kc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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