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청사에 26일 하루 온종일 시중은행장을 비롯한 금융기관 최고경영자(CEO)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다. 시장안정대책을 위한 긴급회동이라도 열린 듯한 분위기였지만, 방문 목적 자체는 의외로 싱겁다. 취임 후 개인 약속은 물론, 외부인사의 방문마저 거절해 온 '수도승' 이정재 위원장과 '공식 상견례'를 갖기 위해서다.이날 이 위원장의 집무실을 찾은 금융권 인사들은 모두 60여명. 이 위원장은 오전 10시30분 신동혁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국민 김정태, 우리 이덕훈, 하나 김승유 행장 등 은행장 10여명과 단체 만남을 가진 것을 시작으로 오후 늦게까지 생보사, 증권사, 여신전문회사, 투신사, 손보사 사장단과 잇따라 '업종별' 상견례를 가졌다. 각 금융업종별 사장단에 배정된 면담시간은 약 30여분. 점심시간에 잠시 짬을 내 금감원 노조 대표들과 구내식당 오찬을 한 것을 빼면 근무 시간 내내 모처럼 외부 인사들에게 시간을 '할애'해준 셈이다.
이날 상견례는 최근 외부 인사들의 개별적인 면담요청이 쇄도하자 이 위원장 자신이 내놓은 아이디어라는 후문. 특히 과거 위원장과 금융회사 대표들과의 회동은 으레 오찬 내지 만찬 간담회 형식이 대부분이었는데 식사도 생략한 채 단 하루에 연쇄적으로 단체 면담을 한 것 자체가 파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민간기업 위에 군림하는 듯한 권위적 행태라는 지적도 있다. 모임에 참석한 한 금융기관 CEO는 "교황 알현하듯 단체로 줄지어 면담을 하는 모양이 어딘지 어색하다"며 "현안을 논의하는 모임도 아니어서 부자연스러웠다"고 전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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