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국의 대 이라크전쟁 지지 입장을 공식표명하고 파병을 결정한 가운데 국가인권위가 이에 배치되는 반전의견을 채택한 것은 국가기관으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이다.노무현 대통령이 고민 끝에 전쟁지지 입장을 밝히면서 국가이익의 확보가 중요하다고 밝힌 바 있고 국무회의가 이를 의결로 지지했다면 인권위는 국가기관으로서의 금도를 중시했어야 했다.
인권위는 이라크전이 국제법을 위반한 침략전쟁이며, 이라크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하고, 정부가 반전·평화·인권의 대원칙에 따라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거세지고 있는 반전여론도 이 같은 정서를 반영하는 것으로 이해되며, 일리가 있는 생각들이다. 그러나 인권위는 어디까지나 법률이 정한 바에 따른 고유의 업무를 갖고 이에 근거한 법률행위를 해야 하는 기관이라는 점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인권위원들은 저마다 개인견해를 가질 수 있고, 또 밝힐 수도 있다. 그러나 반전을 위원들의 의결로 공식표명하고 나선 이번은 문제가 다르다. 반전이 그렇게 중요했다면 적어도 국무회의 단계에서라도 공적 개진과 토론을 시도하는 것이 국가기관으로서의 책임과 도리에 맞다.
정부가 미국을 지지하고 파병까지 추진하는 것이 반전론에 담긴 명분과 이유를 몰라서가 아닐 것이다. 정부의 결정이 단순히 전쟁이 옳으냐, 그르냐의 도덕적 기준으로만 내려질 수가 없는 것은 이 전쟁에 한반도의 사활이 걸린 북한 핵 문제가 깊이 관련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책임지고 해결하기 위해 긴밀한 한미관계가 전략적으로 필수적이라면 반전론이 극에 달한 지금은 비상한 시국에 해당한다. 이럴 때 의연한 선택과 결정을 이끌고 설득해야 할 임무가 바로 국가기관에 있다. 인권위가 독립기관이고 인권이 보편적 가치라고는 해도 이런 독립이라면 엇나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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