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논리적인 것, 초자연적인 것 혹은 불가해한 것들에 대한 열광이 요즘 문화의 중요한 한 측면이다. 유령이나 영혼이 많은 영화의 주제가 되고, 게임이나 컴퓨터를 통한 가상현실 체험은 상상에서나 가능했던 일을 일상으로 바꿔놓는다.젊은 미술인들도 그런 것에 대한 관심에서 예외일 수 없다. 문예진흥원 마로니에미술관이 올해 첫 기획전으로 열고 있는 '발견 2003―오픈 유어 아이즈'(4월 20일까지)는 우리가 눈으로 보는 외부 세계가 과연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현실인가 하는 의문을 던진다.
모두 20대 중반에서 30대인 작가 13명은 우리가 일상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수용하는 것들을 낯설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든 작품들을 보여준다. 사진작가 고상우(29)씨는 이집트 파라오의 모습을 음화로 담은 '카야 여왕 가족의 초상'을 통해 여성성도 남성성도, 동양과 서양 문화의 구분도 없는 중성적 이미지를 보여준다. 역시 사진작업을 하는 박경택(31)씨는 도심의 공원이나 폐건축물에 불시착한 우주인의 모습 등을 통해 익숙한 공간에 전혀 상관이 없는 이미지를 등장시킨다. 설치 작가 천영미(25)씨는 '똥 냄새는 싫은데, 꽃 냄새는 왜 좋을까'라는 작품을 통해 우리가 너무도 뻔하게 생각하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한다.
송민철(28)씨의 영상설치 '네가(nega) 그림'은 캔버스에 색과 명암을 바꿔 자화상을 그리고, 다시 그 그리는 과정을 음화 영상으로 촬영한 작품이다. 그림을 그리는 나와 그려지는 나가 대화한다.
세련되었다기보다는 스펙터클한 이미지들을 보여주며, 현실의 거부라기보다는 그 확장을 꾀하는 젊음 특유의 관찰력과 패기가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02)760―4726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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